비장도인법(脾腸導引法)을 적용한 복부 팽만감 주소의 기능성소화불량 증례보고
Spleen Daoyin Method (脾腸導引法) for Functional Dyspepsia Patients: A Case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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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A 42-year-old patient with functional dyspepsia had suffered from early satiation and postprandial fullness for 1 year despite Western medicine treatment. We treated her with the Spleen Daoyin method, along with acupuncture, moxibustion, and herbal medicine and scored her symptoms using a 4-point Functional Dyspepsia-related Quality of Life (4p-FD-QoL) questionnaire, the Gastrointestinal Symptom Rating Scale (GSRS), and a visual analogue scale (VAS). A 7-day Spleen Daoyin treatment decreased her 4p-FD-QoL score from 61 to 51, with a marked decrease in the emotional part (18 to 10). Her GSRS score did not change, but her bloating score decreased from 3 to 1. Her VAS score decreased from 6.6 to 4.3 for upper abdomen discomfort, but lower abdomen discomfort was unchanged. The patient showed high compliance and satisfaction with exercise therapy and reported no adverse events. Spleen Dayoin may be a useful therapy for functional dyspepsia, especially when accompanied by psychological problems.
Ⅰ. 서 론
기능성소화불량(Functional dyspepsia)은 상복부 통증 및 작열감, 식후 만복감, 조기 포만감을 특징으로 하는 위장관 증상이 만성적,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증후군으로, 내시경, 혈액검사, 영상검사 등에서 다른 기질적 질환이 확인되지 않을 때 진단할 수 있다1. 원인으로는 위 운동성 장애, 내장감각 과민, 헬리코박터균 감염, 정신사회적 요인 등이 있으며4, 최근에는 뇌-장 축 상호작용, 장벽 손상으로 인한 면역 활성화, 장내 미생물 구성의 변화가 추가로 제시되고 있다5. 2020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위장운동촉진제, 위산분비 억제제, 항우울제, 헬리코박터 제균치료 등이 권고되나 약제 내성, 약물 부작용과 같은 한계가 있어1, 한의치료 및 생활습관 전반의 교정을 복합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기능성소화불량의 발생은 적은 운동량과 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며2, 운동은 대사, 신경, 면역, 미생물학적 기전을 통해 위장관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2. 따라서 적절한 신체활동은 기능성소화불량 환자에게 있어 중요한 생활관리 요인 중 하나이다. 한의학에서 도인(導引)은 몸을 움직여 신체를 단련시키고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으로3, 운동치료의 일종이다. 특히 오장도인법(五臟導引法)은 각 오장에 해당하는 십이경맥(十二經脈)의 기혈(氣血) 운행을 도와 해당 장부의 기능을 돕는 운동법6으로, 앞서 폐장도인법(肺臟導引法)을 기반으로 하여 한방호흡재활운동을 개발하는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20.
이에 본 증례에서는 복부 팽만감을 호소하는 기능성소화불량 환자를 대상으로 비위(脾胃)의 기능을 보강하는 비장도인법(脾臟導引法)의 활용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하였고, 기능성소화불량 증상 및 삶의 질 개선 효과와 높은 치료순응도가 확인되어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
II. 증 례
본 연구는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 1명을 대상으로 한 후향적 증례보고로,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임상시험윤리위원회에서 심의, 승인을 받은 후 진행하였다(IRB No. KOMCIRB KOMCIRB 2021-11- 003).
1. 병력 및 추정진단
본 증례의 환자는 2017년 2월경부터 조기포만감이 심하고, 식후 복부의 통증과 팽만감이 지속되며, 트림이 잦은 증상을 호소하였다. 본 증상으로 인해 유동식 외 섭취가 불가능한 상태로, 영양이 불량하고 일상생활이 어려워져 적극적인 한방치료를 희망하여 본원에 내원하였으며, 2018년 2월 26일부터 약 3개월간 입원치료 하였다.
1) 현병력 및 과거력
본 증례의 환자는 155 cm에 43 kg, 42세 여성으로 2017년 1월경 충수염 수술 후 1개월간 항생제를 복용한 뒤부터 조기포만감, 복부 팽만감 등의 소화불량 증상이 발생하였다. 2017년 5월 대학병원 소화기내과에 방문하여, 복부 전산화단층촬영검사(CT)를 시행한 결과 이상소견이 확인되지 않았고, 증상에 대하여 경구약 복용하였으나 호전이 없었다. 2017년 9월 점액변 및 혈흔 관찰되어 치질 소견으로 경구항생제를 복용한 뒤 소화불량 증상이 악화되었고, 2017년 10월 타 한방병원에서 1개월간 치료받았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다. 이후 추가 처치 받지 않은 상태로 2018년 2월 26일 입원하였다.
2) 영상검사 및 임상병리검사
2017년 3월에 복부 초음파, 2017년 5월에 복부 CT, 2017년 9월에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시행하였으며 모두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 입원 당시 혈액검사상 AST는 31 U/L(참고치 35 U/L 이하), ALT는 42 U/L(참고치 35 U/L 이하), Direct bilirubin은 0.17 mg/dL(참고치 0.2 mg/dL 이하), Amylase는 49 U/L(참고치 22-80 U/L), Lipase는 34 U/L(참고치 67 U/L 이하), Glucose 110 mg/dL(참고치 74~106 mg/dL), HbA1c 5.0%(참고치 4.5~5.6%), TSH 3.01 μU/mL(참고치 0.3~4.0 μU/mL)이었다. 입원 당시 ALT와 Glucose의 경미한 상승이 확인되었으나, 이후 시행된 추적검사에서 모두 정상 참고치 내로 회복되었다.
3) 추정진단
기능성 소화불량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다른 기질적 질환들을 배제해야 한다.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으로 소화성 궤양, 위암, 위식도역류질환, 허혈성 장질환, 간질환, 담췌질환, 당뇨병, 갑상선질환, 허혈성 심질환, 약물19 등이 있다. 본 증례의 환자는 위와 대장의 내시경 검사상 이상소견이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소화성 궤양, 위암, 위식도역류질환의 가능성을 배제하였고, 복부 CT상 이상소견이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허혈성 장질환의 가능성이 낮다고 보았다. 복부 초음파상 이상소견이 확인되지 않았고 혈액검사상 bilirubin, AST, ALT, amylase, lipase의 수치가 정상 참고치 내에 있었으므로 간, 담, 췌장의 질환의 가능성을 배제하였으며, Glucose, HbA1c, TSH 수치 모두 정상 참고치 내에 있었으므로 당뇨병과 갑상선질환의 가능성 역시 배제하였다. 또한 심전도 검사상 이상소견이 확인되지 않아 허혈성 심질환의 가능성을 배제하였으며, 본 환자가 복용중인 약물이 없었으므로 약물에 의한 소화불량일 가능성 역시 낮다고 보았다.
기능성소화불량은 앞서 언급한 기질적 질환들이 배제된 경우, ROME IV 기준에 따라 진단할 수 있다(Table 1). 본 증례의 환자는 2017년 조기포만감, 복부 팽만감이 시작되어 1년간 증상이 지속되었으며, 혈액검사와 영상검사에서 증상의 원인이 될 만한 기질적 이상이 없는 것이 확인되었으므로 기능성소화불량으로 진단하였다. 또한 주 3회 이상 식후 만복감 및 조기포만감을 호소한 기간이 6개월 이상이므로 기능성소화불량 중에서도 식후 불편감 증후군으로 진단하였다.
2. 치료내용
2018년 2월 26일 입원 시부터 한약, 침을 포함한 한의치료와 수액치료 등의 양약치료가 적용되었으며, 2018년 5월 19일부터 2018년 5월 25일까지 비장도인법이 추가 적용되었다(Fig. 1).
1) 비장도인법
아래의 2가지 동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1) “大坐伸一脚屈一脚 以兩手向後反掣”
양반다리로 앉아서 왼쪽 다리는 펴고 오른쪽 다리는 구부린 상태에서 두 손이 뒤를 향해서 최대한 폈다가 앞으로 끌어당긴다(Fig. 2A)7.
(2) “跪坐, 以兩手拒地, 回顧, 用力虎視”
무릎을 꿇고 앉아서 양손으로 바닥을 짚고 엎드린 자세에서 고개를 돌려 호랑이가 노려보듯이 힘주어 보기를 좌우 각각 시행한다(Fig. 2B)7.
의료진이 직접 환자에게 동작을 보여주고 환자가 동작을 적절히 수행하는지 확인하였다. 환자가 완관절 또는 주관절에 지속적으로 수액을 적용하고 있어 침상이나 바닥을 짚는 동작에 어려움이 있었으므로, 두 번째 동작은 앙와위로 수행하도록 하였다. 2018년 5월 19일부터 5월 25일까지 매 식후, 1일 3회 시행하였다. 좌우 번갈아 각 5회씩, 총 20회를 실시하였다.
2) 침치료
(1) 일반침
0.25×40 mm stainless steel(동방침구제작소, 일회용 호침)을 사용하여 1일 1회 20분간 시행했으며, 사용된 혈위는 CV14(巨闕), CV12(中脘), CV10(下脘), ST25(天樞), ST36(足三里), LR3(太衝) 등이다. 침치료는 입원기간 동안 매일 오전 8시-9시경 1일 1회 시행하였다.
(2) 전기침
0.20×30 mm stainless steel(동방침구제작소, 일회용 호침)을 사용하여 1일 2회, 양측 족삼리(ST36, 足三里)와 족삼리 하 5푼에 전기침을 시행하였다. 매일 13시 30분, 19시 30분경에 30분씩 시행되었으며, 빈도는 3 Hz, 강도는 환자가 통증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하였다.
3) 뜸치료
입원기간 동안 하루 2회, CV12(中脘), CV4(關元), CV6(氣海)에 20분간 간접구가 시행되었다.
4) 부항치료
하루 1회, 20시경에 시행되었다. 양측의 BL15(心兪), BL17(膈兪), BL19(膽兪), BL21(胃兪), BL23(腎兪)를 포함한 배수혈(背輸穴)에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지 않는 정도의 압력으로 5분 동안 유관법을 실시하였다.
5) 복 약
하루 3회, 매 식후 30분 마다 내소화중탕(경희의료원)을 복용하였다.
6) 양약치료
환자가 경구약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위장관 불편감에 대한 경구약은 투여하지 못하였다. 식사량 저하로 인한 영양불량을 방지하기 위하여 입원기간 중 지속적으로 경정맥 영양공급이 이루어졌다.
3. 평가방법
다음 평가도구를 활용하여 환자의 증상 변화를 측정하였다.
1) 4점 척도로 변형된 기능성소화불량 삶의 질 설문지(4 point-Functional Dyspepsia-related Quality of Life, 4p-FD-QoL)
FD-QoL은 기능성소화불량증 환자의 삶의 질을 평가하기 위해 개발된 설문지이다8. 섭식, 생활 활력, 정서, 사회적 기능의 4개 영역, 총 21개 문항에 대하여 5점 척도로 평가하도록 되어 있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낮은 삶의 질을 의미한다. 본 증례에서는 평가의 용이성을 위하여 4점 척도(0=전혀 그렇지 않다, 1=조금 그렇다, 2=중간 정도 그렇다, 3=많이 그렇다)로 변형하여 활용하였으며, 치료 전후로 1회씩 실시하였다.
2) 위장관 증상 평가 척도(Gastrointestinal Symptom Rating Scale, GSRS)
GSRS는 역류, 복통, 소화불량, 설사, 변비의 위장관 증상에 대한 15개 문항으로 구성된 설문지이다. 각 문항에 대하여 4점 척도로 평가하게 되어있으며, 증상이 심할수록 높은 점수를 부여한다9. 매일 저녁 운동 시행 후 20시 30분경 지난 24시간 동안의 증상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다.
3) 증상에 대한 시각적 상사 척도(Visual Analogue Scale, VAS)
환자의 주 호소 증상인 상복부 팽만감과 하복부 불편감에 대해 평가를 시행하였다. 100 mm 길이의 직선에 환자 스스로 느끼는 불편의 정도를 표시하게 하였으며, 길이를 재어 점수를 매겼다. 매일 저녁 운동 시행 후 20시 30분경, 지난 24시간 동안의 증상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다.
4) 브리스톨 대변 척도(Bristol Stool Scale, BSS)
BSS는 대변의 형태를 7가지로 분류하여 평가하는 지표이다.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변의 형태는 type 3, 4이며, 이를 기준으로 type 1, 2는 변비의 대변 형태이며, type 6, 7은 설사, type 5는 설사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보이는 변 형태이다. 매일 저녁 운동 시행 후 20시 30분경 지난 24시간 동안의 대변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다.
III. 결 과
1. FD-QoL 변화
치료 시행 전(2018년 5월 18일) 총점은 63점 만점 중 61점이었으며, 치료 시행 후(2018년 5월 26일) 51점으로 감소하였다. 치료 전후 총점 변화는 주로 정서 관련 영역에서 기인했다(Fig. 3).
2. GSRS 변화
문항 중 환자 주증상에 가장 가까운 복창(腹脹, Q7)에 대한 점수는 5일차 잠시 악화되었으나, 전반적으로는 다소 완화된 양상을 보였다. 복명(腹鳴, Q6), 트림(Q8) 역시 환자의 주요 증상 가운데 하나였으나, 치료기간 중 뚜렷한 증가 혹은 감소 양상을 보이지 않았다. 기타 문항의 점수 변화는 전 기간 동안 뚜렷하지 않았다. 총점의 경우 5일차에 가장 높았으나, 당일 주소 관련 문항에 대한 점수 변화는 크지 않았다. 5일차 가늘고 무른 변을 3차례 보는 양상으로 인해 배변 관련 문항(Q10-15 합산)에서 점수가 증가하였으며, 이에 따라 총점이 상승했다(Fig. 4).
3. 상복부 팽만감 및 하복부 불편감에 대한 VAS 변화
상복부 팽만감에 대한 점수(VAS1)는 치료 초기에 거의 변화를 보이지 않다가 4일차에 다소간의 증상 완화를 보였다. 5일차 잠시 불편감이 증가하였으나 이후 다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배변과 관련된 하복부 불편감에 대한 점수(VAS2)는 초기 낮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5일차에 배변 전 긴박감, 배변 후 잔변감을 호소하며 상승했으나 이후 다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Fig. 5).
4. 대변성상 및 빈도 변화
관찰 과정 중 거의 정상 변 형태를 보였다. 3일차에 다소 풀어지는 변을 보았으나, 동반된 잔변감, 하복부 불편감은 없었다. 5일차에 가늘고 약간 무른 변을 3차례 보았으나, 6일차부터 다시 정상 형태로 돌아왔으며, 주관적인 불편감 호소도 사라졌다(Table 2).
5. 치료의 순응도 및 부작용
치료에 대한 환자의 순응도는 매우 우수했다. 치료기간 중 일 3회 성실히 운동요법을 수행하였다. 또한 비장도인법 및 한의치료로 인한 어떠한 부작용도 관찰되지 않았다.
IV. 고 찰
기능성소화불량은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고, 우울 불안 등의 정서적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삶의 질을 현저히 저해한다. 치료제로는 헬리코박터 제균치료제, 위장관운동 촉진제, 위산분비억제제, 항우울제 등이 있는데, 대부분의 약물치료가 위약에 비해 10~20% 이상의 효과를 보이고, 병합요법의 치료는 40~90%로 다양하게 나타난다10. 치료자는 적절한 약물치료 외에도 생활 습관 교정 및 사회적 환경 개선을 통하여 증상의 유발요인을 해소해주어야 하는데, 운동치료, 물리치료, 침구치료, 식이요법, 행동치료를 포함한 다양한 치료 방법이 이용될 수 있다11. 특히 최근에는 운동치료가 면역학적, 대사적, 신경학적 경로를 통해 기능성 위장관 질환에 긍정적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12.
신체활동은 혈당 감소, 그렐린(ghrelin), 성장호르몬(Growth hormone)과 같은 식욕관련 호르몬 변화, 미주신경 기능 변화 등의 기전을 통해 위장관 운동에 영향을 미친다13. 적절한 강도의 유산소 운동을 할 경우, 교감신경 활성 후 회복단계에서 부교감신경이 우세해짐으로써 소화를 촉진시키는 효과도 추측되고 있다13. 다만 고강도 운동의 경우 위장관으로 공급되는 혈류를 감소시킴으로써 위장 운동성을 억제할 수 있으며, 최대 심박수 40% 강도의 달리기 운동은 위 배출시간을 다소 단축시키나, 심박수 70% 이상의 강도에서는 유의하게 위 배출을 방해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14.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유형의 운동이 소화불량 관련 증상 완화에 더 효과적인지에 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진 바 없다. 앙와위보다 앉은 자세가 가스 배출 및 위장관 운동에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15, 앉아서 자전거를 타는 운동이 위장관 운동성을 활성화한다는 연구7가 있으나, 기능성소화불량 환자를 대상으로 적용할 만한 운동법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본 증례의 환자는 극심한 복부 팽만감으로 식사량이 매우 저하되어 있고, 일상생활을 전혀 할 수 없어 입원치료를 받게 되었다. 입원 후 약 2개월간 한약, 침, 뜸, 부항을 포함한 복합적인 치료가 시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호전경과가 더디었다. 그러나 환자의 소화 흡수 기능이 저하되어 있고 경구 투여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여, 추가적인 약물 투여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또한 환자는 매 식후 악화되는 불편감을 완화하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하루 2시간 이상의 걷기 운동을 수행하였는데, 지속적인 수액 적용으로 운동 수행에 어려움이 있었으며, 장시간의 걷기로 인해 전신기력 저하, 슬관절 통증을 호소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기존의 운동법에 대한 불만을 표하며, 새로운 운동법을 시도해보길 원하였다.
이에 동의보감의 오장도인법 중 비장도인법을 적용해 보았다. 오장도인법은 비교적 동작이 단순하여 쉽게 배울 수 있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어 환자가 수시로 수행하기에 용이하며, 기존의 걷기 운동에 비해 신체적 부담이 덜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또한 비장도인법은 비장(脾臟)의 적취(積聚)와 풍사(風邪)를 제거하고 식사를 잘 하도록 하는 도인법으로, 환자의 주호소인 복부 팽만감이 적취의 증상과 유사하므로 비장도인법의 적응증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본 도인법의 첫 번째 동작은 한쪽 다리를 구부린 채로 양팔을 뒤로 한껏 향하는 동작인데, 이 동작을 취하면 LR14(期門), GB24(日月), SP15(大橫) 등의 복모혈(腹募穴)이 위치한 부위에 자극이 가해진다. 두 번째 동작은 호랑이처럼 엎드려 양측을 번갈아 보는 자세로, 본 자세를 취하면 비수(脾輸)를 중심으로 한 배수혈(背輸穴) 부위가 견인되는 효과가 있다16. 따라서 선행연구에서 제시한 걷기, 자전거 타기 운동과 달리 복모혈과 배수혈을 자극함으로써 조금 더 효과적으로 비위(脾胃)의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치료기간 중 GSRS 및 VAS를 통해 평가한 위장관 증상은 5일차에 잠시 악화되었으나, 전체적으로는 점차 호전되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짧은 관찰기간으로 인해 그 변화폭이 크지 않았다. 환자는 치료 5일차에 일시적으로 무른 변을 보면서 이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러한 점이 5일차의 점수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생각된다. FD-QoL 평가의 경우 총점은 61점에서 51점으로 감소했다. 이는 주로 정서에 관한 질문 부분에서 감소된 것으로, 정서적 불안감, 우울감, 좌절감 전반이 감소하였다.
박21의 연구에서 운동은 내분비계 변화, 신경발달 증가, 항염증 작용, 항산화 작용 등을 통해 항우울 효과를 가지는 것이 확인되었고, 임상연구에서 항우울제와 운동의 병행치료가 항우울제 단독치료에 비해 효과적임이 밝혀졌다22. 따라서 본 증례에서 시행한 도인법 역시 기존의 운동치료와 마찬가지로 우울감과 같은 정서적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능성소화불량 환자에서 심리적 요인의 중요성은 앞서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기능성소화불량 환자는 기질적 소화불량, 십이지장 궤양 등에 비해 불안장애, 우울장애와 같은 정신과적 질환을 동반하는 비율이 높으며17, 심리적 자극은 뇌-장 축(Brain-gut axis)을 통해 소화불량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18. 따라서 비장도인법을 장기적으로 적용한다면, 본 증례에서 보인 정서적 측면의 개선이 소화불량 증상의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본 증례는 환자의 전체 유병기간에 비해 치료 및 관찰기간이 짧았기에 다양한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되어 전반적인 증상의 변화가 두드러지지 못했다는 한계점이 있다. 또한 수액을 지속 적용하고 있어 원문의 동작을 충실히 적용하지 못하고 환자의 신체상황에 맞게 동작을 변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능성소화불량에 대한 운동법을 실제 적용하고 평가하였고, 도인법이 환자가 수행하기 용이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며, 복약이 어려운 경우에 활용성이 높다는 부분을 확인한 데에 의의가 있다. 또한 환자 정서적 측면에서 완화를 보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짧은 치료기간 중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는 못하였으나, 장기적으로 적용 시 환자의 정서적 측면뿐만 아니라 위장관 증상의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V. 결 론
복부 팽만감을 주소로 하는 기능성소화불량 환자에게 비장도인법을 시행한 결과, 환자가 치료에 대한 높은 순응도를 보였으며, 상복부 팽만감 및 하복부 불편감이 다소간 완화되었으며, 특히 정서적 측면에서 두드러진 개선 효과를 보였다. 따라서 본 증례를 바탕으로, 임상 현장에서 기능성소화불량 환자에 대해 기존의 한의치료에 더하여 비장도인법을 추가로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