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청 라이페이스 상승이 있는 급성 췌장염 의증 환자 치험 1례
A Case Report of Suspected Acute Pancreatitis with Elevated Serum Lipase
Article information
Abstract
Objective:
This study aimed to report the case of a patient with suspected acute pancreatitis who presented with elevated serum lipase levels and acute abdominal pain.
Methods:
A 26-year-old male presented with acute abdominal pain, vomiting, and elevated serum lipase levels. Anjung-san was administered along with acupuncture, moxibustion, and cupping therapy. The patient’s symptoms were evaluated daily using the numerical rating scale, abdominal palpation, and blood tests for pancreatic enzyme levels.
Results:
Following treatment, the patient’s symptoms, including abdominal pain, vomiting, and nausea, improved, and serum lipase levels returned to normal. No significant complications were observed during the hospital stay.
Conclusion:
Korean medicine treatment may effectively manage symptoms and reduce serum enzyme levels in patients with suspected acute pancreatitis.
Ⅰ. 서 론
급성 췌장염은 췌장의 가역적인 급성 염증 질환으로, 병적으로 활성화된 췌장 효소에 의해 췌장이 자가소화 되어 무균성 염증이 발생하는 것이 주요 병리 기전이다1. 췌장 효소가 병적으로 활성화되는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담석과 알코올 섭취가 있다2. 대부분의 경우 급성 췌장염은 염증이 췌장 내부에 국한된 경증 형태로 나타나며, 별다른 후유증 없이 회복되는 경과를 보인다. 그러나 일부 환자에서는 염증이 전신으로 파급되어 다발성 장기부전과 같은 중증 합병증을 유발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1.
급성 췌장염의 주 증상은 복통으로, 일반적으로 명치 부위의 심하고 지속적인 통증이 나타나며, 종종 등으로 방사된다2. 그러나 통증의 강도는 질병의 중증도를 반영하지 않으며3, 다양한 강도로 나타날 수 있다. 급성 췌장염으로 인한 복통은 흔히 앙와위에서 악화되지만, 슬흉위(knee-chest position)에서는 완화되는 경향을 보인다2. 또한 급성 췌장염 환자에게는 복통 이외에도 위장관 운동 저하로 인한 식욕부진, 오심, 구토, 복부팽만 등이 흔히 동반될 수 있다3.
2013년 개정된 Atlanta classification and definitions에 따르면, 급성 췌장염은 급성 복통 및 압통, 혈청 라이페이스(Lipase) 또는 아밀레이스(Amylase) 수치의 3배 이상 증가, 복부 영상 검사에서 췌장의 염증 소견 중 2가지 이상을 만족할 때 진단할 수 있다4.
급성 췌장염의 초기에는 경정맥 수액 공급, 통증 조절을 중심으로 하는 보존적 치료가 주로 시행된다. 과거 적극적 금식이 권고되었던 것과는 반대로, 현재는 가능한 조기에 경구 영양 섭취를 시작하는 것이 권고되고 있다. 이에 더하여 급성 췌장염의 원인이 알코올인 경우 금주 치료를 고려할 수 있으며, 담석에 의한 췌장염 환자에게 담도염이 동반되거나 담도 폐쇄가 지속되는 경우 조기에 내시경 역행 담췌관조영술(Endoscopic retrograde cholangiopancreatography, ERCP), 담낭 결석이 있는 경우 회복기에 담낭절제술 등을 고려할 수 있다5.
반면 급성 췌장염 환자에 대한 국내 한의약 중재 임상연구는 매우 제한적이다. 2003년 급성 췌장염 2례에 복합 한방치료를 시행하여 유의한 결과를 보고한 홍 등의 연구6가 유일한 증례 보고로, 해외 연구의 체계적 문헌 고찰을 포함하더라도, 급성 췌장염의 전침치료에 대한 해외 연구의 체계적 문헌 고찰을 시행한 황 등의 연구7, 대시호탕의 고지혈성 급성 췌장염 치료 효과에 대한 해외 연구의 체계적 문헌 고찰 및 메타분석을 시행한 김 등의 연구8 등 총 3편에 불과하여, 급성 췌장염에 대한 한의약 임상 연구의 절대적인 양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급성 췌장염 및 알코올 중독 기왕력이 있는 환자가 정상 상한치 3배 이상으로 상승한 혈청 라이페이스 수치와 함께 급성 복통, 구토, 오심, 식욕부진, 복부팽만 증상을 호소하며 내원하여 한약 투여를 중심으로 한 한의약 치료 후 임상증상의 호전과 혈청 췌장 효소 수치의 개선이 관찰되었기에 해당 증례를 보고하는 바이다.
Ⅱ. 증 례
연구 진행 및 동의서에 관하여 생명윤리위원회(IRB NO. SMCJH 2409-04)의 심의를 거쳤다.
1. 대상 환자
1) 나이 및 성별 : 26세 남성
2) 주 증상 : 급성 상복통, 구토
3) 발병일 : 2024년 7월 7일
4) 현병력 : 타 의료기관에 내원하지 않고 2024년 7월 8일 본원 2내과 외래를 경유하여 입원
5) 과거력 : 급성 췌장염, 알코올 중독
6) 사회력 : 음주(주 1회, 소주 3병), 흡연(1갑/일)
7) 활력징후 : 혈압 160/110 mmHg, 맥박수 80회/분, 호흡수 20회/분, 체온 36.7 ℃
2. 초진 검사소견
1) 혈액검사
(1) WBC 11.1 10^3/μl, RBC 5.60 10^6/μl, Hb 17.1 g/dL, Hct 49.7%
(2) Amylase 148 U/L, Lipase 450 U/L
(3) AST 57 U/L, ALT 54 U/L, γ-GTP 78 U/L, ALP 77 U/L, Bilirubin, total 1.2 mg/dL, Bilirubin, direct 0.4 mg/dL
(4) CPK(CK-MM 100%) 555 U/L, LDH 212 U/L, Glucose 156 mg/dL
2) 소변검사
(1) Urinalysis 10종 : Protein 2+(100 mg/dL), Ketone 2+(50 mg/dL), Urobilinogen 1+(1.0 mg/dL), Erythrocyte +/-(5/uL), Color Amber
(2) Urine Microscopy : RBC 1-4/HPF
3) ECG : Normal sinus rhythm. Normal ECG
4) Chest PA: no active lung lesion.
5) Abdomen Erect/Supine: nonspecific bowel gas pattern.
6) Abdomen Ultrasonography : 췌장 실질의 비대, 석회화, 췌장 주변부 삼출, 담관 및 췌관의 확장, 담석이 관찰되지 않았다.
3. 치료 방법
1) 한약 치료
(1) 입원 1, 2일 차 : 구토 증상으로 인해 탕제 복용이 어려운 환자 상태로, 한신후리캄엑스과립(안중산)(㈜한국신약, 한국)을 1포 3.5 g (3.5 g 중 육계 1.67 g, 현호색 1.33 g, 모려 1.33 g, 회향 0.67 g, 사인 0.67 g, 감초 0.67 g, 고량강 0.33 g, 복령 1.67 g)을 회당 1포씩 일 3회 투여하였다.
(2) 입원 3일 차 이후 : 안중산(安中散)(Table 1)을 1일 2첩을 탕전하여 3회로 나누어 80 cc씩 투여하였다.
2) 침 치료 : 합곡(合谷, LI4), 내관(內關, PC6), 중완(中脘, CV12), 상완(上脘, CV13), 양구(梁丘, ST34), 족삼리(足三里, ST36), 풍륭(豊隆, ST40), 광명(光明, GB37), 공손(公孫, SP4), 태충(太衝, LR3)에 1회용 호침(0.20×30 mm, stainless steel, 동방침, 동방메디컬, 한국)을 사용하여 1일 1~2회 자침, 15분간 유침하였다.
3) 뜸 치료 : 중완(中脘, CV12)에 뜸(동방쑥탄, 동방메디컬, 한국)을 1일 1회 30분 시행하였다.
4) 부항 치료 : 비수(脾兪, BL20), 위수(胃兪, BL21)에 1일 1회 1회용 부항컵(일회용 부항컵 3호, 동방메디컬, 한국)을 이용하여 자락관법을 시행하였다.
5) 양방 협진 치료 : 입원 당일 Normal saline 1000 mL(대한멸균생리식염수, 대한약품공업, 한국) 1백을 경정맥으로 투여하였다.
6) 영양 관리 : 입원 당일 저녁부터 조기 경구영양을 시행하였으며, 입원 1일 차에 미음, 입원 2일 차 점심부터 죽, 입원 4일 차 점심부터 일반식을 단계적으로 처방하였다.
4. 평가 방법
1) Numerical rating scale(NRS) : 환자의 주 증상인 복통과 오심의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통증이 없는 상태를 0점,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심한 통증을 10점으로 하여 0부터 10까지의 숫자 중 하나를 환자에게 표현하게 하여 기록하였다.
2) 복진 소견 : 상복부 압통을 Severe, Moderate, Mild, Eliminated로 분류하여 평가하였다. 복진은 매일 같은 시간에 한 사람이 규칙적으로 시행하였다.
3) 검사 소견 : 혈액검사, 소변검사에 대한 경과를 관찰하였다.
Ⅲ. 결 과
1. NRS 및 동반증상(Table 2)
1) 입원 1일 차
증례 환자의 주 증상은 복통과 구토로, 입원 전일 6회의 구토, 입원 당일 9회의 구토를 하였으며, 명치 부위의 찌르는 듯한 지속적인 통증을 NRS 6의 강도로 호소하였다. 이외에도 NRS 5의 오심, NRS 5의 현훈, 식욕부진, 복부팽만 등의 증상이 동반되었다.
2) 입원 2일 차
복통이 NRS 4로 완화되었고, 구토 증상이 소실되었다. 오심은 NRS 3으로, 현훈은 NRS 4로 완화되었으며, 식욕부진도 완화되어 죽으로 식사를 변경하였다.
3) 입원 3일 차
오심이 NRS 2로, 현훈이 NRS 3으로 완화되었다.
4) 입원 4일 차
복통이 NRS 3으로 완화되었으며, 오심은 NRS 1로, 현훈은 NRS 2로 완화되었다. 또한 식욕부진이 완화되어 일반식으로 식사를 변경하였고, 1공기를 모두 섭취할 정도로 식사량이 개선되었다.
5) 입원 5일 차
오심과 현훈 증상이 소실되었다.
6) 입원 6일 차
복통이 NRS 2로 완화되었으나, 오후에 NRS 4로 심화되었다.
7) 입원 7일 차
복통이 NRS 2로 완화되었다.
8) 입원 8일 차
복통이 소실되어 퇴원 시까지 유지되었다.
2. 복진 소견(Table 2)
1) 입원 1일 차
상복부(Epigastric region)에 압통과 반발통이 있었으며, 복부의 전반적인 경결감이 있었다.
2) 입원 2일 차
상복부의 반발통이 소실되었고, 상복부 압통이 감소되었다.
3) 입원 5일 차
복부 경결감이 소실되었다.
4) 입원 8일 차
상복부 압통이 소실되었다.
3. 혈액검사 결과(Table 3)
1) 입원 1일 차
Amylase 148 U/L, Lipase 450 U/L로 췌장 효소 수치의 상승이 있었으며, 특히 Lipase는 참고치 상한선인 60 U/L의 약 7.5배에 해당하는 특이적으로 높은 상승을 보였다. 그 외에 경도의 간수치 상승이 있었다. CPK는 555U/L로 상승해 있었고, 이에 CPK isoenzyme을 추가 시행한 결과 CK-MM 100%로 확인되었다. Glucose는 156 mg/dL였으나 검사 당시 환자의 공복 여부가 확실하지 않았다.
2) 입원 3일 차
Amylase 75 U/L, Lipase 171 U/L로 췌장 효소 수치가 감소하였다. Glucose 98 mg/dL, CPK 225 U/L로 감소하였으나, AST 54 U/L, ALT 52 U/L, GGT 68 U/L로 간수치에는 의미 있는 변화가 없었다.
3) 입원 5일 차
Amylase 128 U/L, Lipase 247 U/L로 췌장 효소 수치가 다시 상승하였다. CPK는 156 U/L로 정상 참고치 범위 내로 감소하였으며, AST 38 U/L, ALT 51 U/L, GGT 62 U/L로 간수치가 소폭 감소하였다.
4) 입원 8일 차
Amylase 95 U/L, Lipase 115 U/L로 췌장 효소 수치가 감소하였으며, 이 중 Amylase는 정상 참고치 범위 내로 감소하였다. AST 24 U/L, ALT 43 U/L, GGT 48 U/L로 간수치도 정상 참고치 범위 내로 감소하였다.
5) 입원 10일 차
Amylase 71 U/L, Lipase 49 U/L로 췌장 효소 수치가 감소하여 Amylase와 Lipase 모두 정상 참고치 범위 내로 회복되었다. 그러나 AST 45 U/L, ALT 77 U/L로 간수치의 소폭 상승이 있었다.
4. 소변검사 결과(Table 4)
1) 입원 1일 차
Urinalysis 10종 검사상 Protein 2+(100 mg/dL), Ketone 2+(50 mg/dL), Urobilinogen 1+(1.0 mg/dL), Erythrocyte +/-(5/μL), Color는 Amber로 나타났으며, Urine Microscopy 상 RBC 1-4/HPF가 관찰되었다.
2) 입원 3일 차
Urinalysis 10종 검사상 Protein Trace(10 mg/dL)으로 감소하였으며, Urobilinogen 2+(4.0 mg/dL)로 증가하였다. Ketone, Erythrocyte는 소실되었다. Color는 Amber를 유지하였으며, Urine Microscopy 상 RBC도 0-1/HPF로 정상 참고치 범위 내로 감소하였다.
3) 입원 5일 차
Urinalysis 10종 검사상 Urobilinogen Trace로 정상 소견을 보였으며, Protein은 소실되었다. Color는 Amber를 유지하였다.
4) 입원 8일 차
Urinalysis 10종 검사상 Glucose가 3+(1000 mg/dL)로 검출되었으며, Color는 Yellow로 나타났다.
5) 입원 10일 차
Urinalysis 10종 검사상 Glucose가 소실되었다. 그 외 다른 항목 모두 정상 참고치 범위 내에 있었다.
Ⅳ. 고 찰
라이페이스는 주로 췌장에서 분비되는 소화효소로, 지방을 가수분해하여 흡수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9. 췌장의 라이페이스는 전체 식이 지방의 50~70%를 가수분해하기 때문에, 췌장 기능이 저하되는 경우 지방 소화장애가 발생하여 지방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10. 라이페이스는 주로 췌장에서 생성되어 십이지장으로 분비되며, 그 외 간, 위, 십이지장, 소장, 대장, 심장, 혀, 지방세포에서 일부 생성된다11. 반면, 아밀레이스는 췌장과 침샘에서 대부분 분비되어, 침샘 질환에서도 혈청 아밀레이스가 상승할 수 있다9.
혈청 췌장 효소의 상승은 췌장 질환뿐 아니라, 침샘 질환, 위장관 질환, 간 질환, 알코올 중독, 악성종양, 신부전, 약물 복용 등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으나12, 주로 급성 췌장염을 반영하는 혈액학적 지표로 활용된다. 이때 라이페이스 또는 아밀레이스가 정상 상한치의 3배 이상 상승한 것을 기준으로 하며, 이는 원발성 및 이차성 췌장염 외에 췌장 효소를 3배 이상 상승시킬 수 있는 질환이 드물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혈청 췌장 효소가 정상 상한치의 3배 이상 상승했을 때, 아밀레이스 상승의 급성 췌장염에 대한 특이도는 약 91%이며13, 라이페이스 상승은 약 98%로, 비교적 더 높은 특이도를 보인다14.
전통적으로 급성 췌장염은 만성 췌장염과 별개의 질환으로 여겨져 왔으나, 최근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급성 췌장염 환자의 약 22%에서 재발성 급성 췌장염이, 약 10%에서 만성 췌장염이 발생하였고, 재발성 급성 췌장염 환자의 약 36%에서 만성 췌장염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에 따라, 현재는 급성 췌장염과 만성 췌장염이 같은 질병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15. 따라서, 급성 췌장염의 과거력이 있는 환자가 췌장 효소 상승을 동반한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 혈청 췌장 효소의 상승 정도와 췌장 손상의 가역성을 기준으로 재발성 급성 췌장염과 만성 췌장염을 감별할 필요가 있다.
본 증례 환자는 입원 당시 혈청 라이페이스 450 U/L, 아밀레이스 148 U/L로 췌장 효소의 상승을 보였고, 완화되지 않고 지속되는 상복통과 심한 구토 증상을 호소하였다. 비록 췌장염을 지지하는 영상 소견이 확실하지 않았고, 복통이 진통제 없이 견딜 수 있는 강도로, 전형적인 급성 췌장염에서 나타나는 심한 통증보다 약했지만, 환자는 약 2년 전 급성 췌장염으로 양방 대학병원에 입원치료 받은 이력과 알코올 중독으로 알코올 센터에서 3개월간 입원치료 받은 이력이 있었으며, 환자 진술 상 최근에도 주 1회 소주 3병의 음주 습관과 일 1갑의 흡연 습관이 있는 등 췌장염 재발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급성 췌장염에 더 특이적인 혈청 라이페이스가 참고치의 상한치인 60 U/L의 7.5배로 상승해 있다는 것을 미루어 급성 췌장염을 더욱 의심할 수 있었다. 또한, 상복부 초음파 검사에서 담석 및 담췌관의 확장이 관찰되지 않았기 때문에, 알코올에 의한 재발성 급성 췌장염으로 추정 진단하였다.
급성 췌장염의 중등도를 분류하는 기준은 Ranson Criteria, Acute Physiology and Chronic Health Evaluation II(APACHE II) Score 등이 있다. Ranson 기준은 입원 당시의 혈당, 나이, 혈청 젖산 탈수소효소, 혈청 아스파테이트 아미노전이효소, 백혈구 수 및 입원 48시간 이내의 혈청 칼슘, 적혈구 용적률의 변화량, 동맥혈 산소 농도, 혈중요소질소의 변화량, 염기 결핍, 수액 저류를 기준으로16, APACHE II 점수는 체온, 평균 동맥압, 심박수, 호흡수, 혈중 산소 농도, 백혈구 수, 혈장 나트륨, 혈장 포타슘, 혈장 크레아티닌, 적혈구 용적률, 혈액 산성도, Glasgow Coma Scale(GCS)을 기준으로 급성 췌장염의 중등도를 평가한다17. 증례 환자의 경우 입원 시 활력징후가 160/110-80-20-36.7로, 입원 당일에 최고 37.5 ℃의 미열이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저혈압, 빈맥, 빈호흡, 발열 등 중증 급성 췌장염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활력징후의 문제는 없었다. 증례 환자에게 동맥혈 가스분석을 시행하지 않아 동맥혈 산소 농도 및 산, 염기, 산성도 등을 알 수 없었지만, 측정된 혈액검사 범위 내에서 Ranson 기준 및 APACHE II 점수를 평가하였을 때 췌장염의 위험도를 높이는 소견이 전무했기에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경증 췌장염으로 판단하였다.
경증 급성 췌장염은 장기부전이 없고, 국소적 또는 전신적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로, 일반적으로 진단 후 일주일 내에 회복되는 양호한 예후를 보이는데, 주로 수액 요법, 진통제 사용 등 보존적 치료를 시행한다. 이때 초기의 적극적 수액 공급은 췌장 손상의 최소화에 도움이 되나, 적혈구 용적률을 급격하게 떨어트릴 정도의 과도한 수액 공급은 사망률을 유의하게 증가시킨다18. 또한 과거 전통적으로 췌장 효소 분비 억제를 위한 적극적 금식 치료가 추천되었으나, 최근 연구에서는 조기 경구영양 및 경장영양이 급성 췌장염의 합병증을 예방하고 중증도와 패혈증 빈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19. 따라서 본 증례에서는 환자의 소변량 회복 및 구토 증상의 완화를 기준으로 생리식염수 1 L의 공급과 입원 당일 저녁부터 조기 경구영양을 실시하였으며, 복통, 오심, 구토, 식욕부진, 복부팽만, 현훈 증상에 대해 한의약 치료를 시행하였다.
한의약 치료는 한약 치료를 중점으로 시행하였는데, 입원 1~2일 차에는 물만 마셔도 토하는 정도의 구토 증상으로 탕약 복용이 어려울 것으로 사료되어 안중산(安中散) 엑스과립을 극소량의 물에 녹여 복용하거나 가루 그대로 침에 녹여서 복용하도록 하였다. 이후 구토 증상이 소실된 입원 3일 차부터는 안중산을 탕전하여 처방하였다. 안중산은 ≪화제국방(和劑局方)≫에 수록되어있는 처방으로, 계지(桂枝), 모려(牡蠣), 현호색(玄胡索), 소회향(小茴香), 사인(砂仁), 감초(甘草), 고량강(高良薑)의 구성을 가진다. 계지는 통양산결(通陽散結), 행기도체(行氣導滯)하여 심중비기(心中痞氣)에 응용할 수 있으며, 모려는 탄산칼슘이 주성분으로 제산작용이 있고, 현호색은 활혈이기(活血理氣)의 요약으로 위완작통(胃脘作痛)에 강한 진통 작용이 있다. 소회향과 고량강은 온리약(溫裏藥)에 속하여 온중산한(溫中散寒)하여 한성(寒性) 복통 및 구토 증상에 응용할 수 있고, 사인은 방향화습(芳香化濕)하여 기체담음(氣滯痰飮)으로 인한 구토, 한습적체(寒濕積滯)로 인한 복통에 활용할 수 있으며, 감초는 조화제약(調和諸藥)하며 화중완급(和中緩急)하여 복중동통(腹中疼痛)에 응용할 수 있다20. 급성 췌장염은 한의학적으로 심위통(心胃痛), 비심통(脾心痛), 완통(脘痛), 결흉(結胸) 등의 범주에 속하는데2, 안중산은 온중산한(溫中散寒), 지통(止痛), 지구(止嘔), 제산(制酸)의 효능이 있다. 안중산을 구성하는 주요 본초인 현호색은 Corydaline 등 현저한 진통 작용과 중추성 진토 작용이 있는 알칼로이드가 포함되어 있으며20, 고량강, 소회향, 감초 등이 배합되어 보다 강한 진통, 진토 효과를 내기 때문에, 급성 췌장염 의증 환자의 지속적인 상복부 통증, 구토 증상에 적합한 처방이라고 판단하였다.
환자의 구토 증상은 입원 1일 차 저녁에 소실되었으며, 복통과 상복부 압통은 치료를 진행함에 따라 점차 완화되어 입원 8일 차에 소실되었다. 오심과 현훈 증상도 입원 5일 차에 소실되었으며, 식욕부진과 복부팽만 증상도 완화되어 퇴원 시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호전되었다.
초진 혈액검사 결과 아밀레이스 148 U/L, 라이페이스 750 U/L에서 입원 3일 차에 시행한 혈액검사 결과 아밀레이스 75 U/L, 라이페이스 171 U/L, 입원 5일 차에 시행한 혈액검사 결과 아밀레이스 128 U/L, 라이페이스 247 U/L, 입원 8일 차에 시행한 혈액검사 결과 아밀레이스 95 U/L, 라이페이스 115 U/L, 입원 10일 차에 시행한 혈액검사 결과 아밀레이스 71 U/L, 라이페이스 49 U/L로 혈청 췌장 효소가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으며, 마지막 검사에서는 아밀레이스와 라이페이스 모두 정상 참고치 이내로 회복되어 임상증상의 호전과 함께 혈청 췌장 효소 수치의 회복이 관찰되었다. 간기능 검사 소견은 초진 시 AST 57 U/L, ALT 54 U/L, GGT 78 U/L에서 입원 8일 차 검사 결과 AST 24 U/L, ALT 43 U/L, GGT 48 U/L로 호전되었으나 마지막 검사에서 AST 45 U/L, ALT 77 U/L로 소폭 상승하였다. 그러나 이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로 판단되지 않았다.
초진 시 시행한 소변검사에서 단백질, 케톤, 유로빌리노겐, 적혈구가 검출되었고, 입원 8일 차에 시행한 소변검사에서 포도당이 검출되었으나, 케톤, 적혈구는 입원 3일 차 검사에서, 유로빌리노겐, 단백질은 입원 5일 차 검사에서, 포도당은 입원 10일 차 검사에서 소실됨이 확인되었다. 입원 당시 복통과 구토 증상으로 인해 적절한 식사를 하지 못해 케톤 등이 검출되었을 것으로 추정하였고, 췌장의 염증성 손상에 의한 췌장 내분비의 문제도 일부 반영되었을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가역적으로 증상 및 췌장 효소 수치가 호전되면서 같이 회복되었다.
본 연구의 한계점은 상복부 초음파 검사상 급성 췌장염을 지지하는 영상 소견이 없었으나, 급성 췌장염 진단의 기본 영상검사인 복부 CT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또한 경증 급성 췌장염은 일반적인 지지요법만으로도 후유증 없이 회복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본 연구의 결과만으로 급성 췌장염에 대한 한의약 치료의 효과를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알코올에 의한 급성 재발성 췌장염으로 추정 진단된 환자에게 복통, 구토 등 임상증상의 호전과 췌장 효소를 비롯한 혈액검사 및 소변검사 지표의 개선이 관찰되었으며, 이는 한의약 중재를 중심으로 하는 보존적 치료를 시행하여 얻은 결과라는 것에 의의가 있다. 이를 기초로 향후 급성 췌장염에 대한 한의 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판단하기 위한 보다 높은 질의 임상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