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장애를 동반한, 외상성 경막하 출혈 후 발생한 배뇨장애 한의 치험 1례 : 증례 보고
Korean Medical Treatment for Voiding Dysfunction Accompanied by Behavioral Disorders Following Traumatic Subdural Hemorrhage: A Case Report
Article information
Abstract
Objective:
This study aimed to describe the therapeutic process through which Korean medical treatment enabled a patient with a Foley catheter-due to voiding dysfunction following traumatic subdural hemorrhage-to regain independent voiding in the bathroom.
Case Presentation:
The patient consistently received a combined extract formula of Hwangryunhaedok-tang and Gamisoyo-san three times daily, except for five days during the middle of the hospitalization period, when he developed a fever. Electroacupuncture was also administered twice a day. Based on statements from the patient and caregiver, the frequency of voiding during the day and night, voiding patterns, and post-void residual urine volume were monitored. After treatment, the patient was able to discontinue Foley catheter use and void independently in the bathroom. In addition, a noticeable decrease in nocturia and obsessive bathroom-related behavior was observed.
Conclusion:
This case report suggests that Korean medical treatment, including electroacupuncture, may be a therapeutic option for relieving voiding dysfunction following a traumatic subdural hemorrhage.
I. 서 론
두부 외상(Traumatic Brain Injury, TBI)은 ‘두피, 두개골 및 뇌에 외부에서 작용한 물리력으로 생긴 외상’을 의미하며, ‘두부 손상’과 같은 의미로 통용된다. 손상 부위에 따라 두피손상, 두개골절, 두개내손상 등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그중 두개내손상의 경우 출혈의 위치에 따라 경막외, 경막하, 뇌실내, 뇌실질내 등으로 나누어진다. 각각은 경막외 혈종(Epidural Hematoma, EDH), 경막하 혈종(Subdural Hematoma, SDH), 뇌실내출혈(Intraventricular Hemorrhage, IVH), 뇌내혈종(Intracerebral Hematoma, ICH)라 하며, 일반적으로 출혈(hemorrhage)과 혈종(hematoma)은 같은 의미로 혼용되는데, 출혈이 직경 1 cm 이상 조직에 고인 경우를 ‘혈종’이라 한다1. 외상 후 발생한 혈종의 위치, 범위에 따라 의식장애, 운동장애, 언어장애 등의 신경학적 증상을 보이게 되며, 특히 전두엽과 측두엽이 손상받기 쉬워 인지, 행동양상의 변화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2. 증상이 경미한 경우 보존치료를 하지만, 혈종이 크거나 주변 조직을 심하게 압박하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1.
외상성 경막하 혈종(Traumatic-SDH, T-SDH)은 교통사고, 추락 등의 외상으로 경막과 지주막 사이 혈종이 형성된 것으로, 진단은 뇌 컴퓨터 단층촬영을 통해 초승달 모양의 고밀도 음영을 확인하여 이루어진다. 외상 후 3일 이내를 급성, 3~20일은 아급성, 3주 이후를 만성으로 구분하며, 증상이 늦게 나타날수록, 뇌실질의 손상이 적을수록, 수술이 빠를수록 예후를 좋게 본다. 그러나 급성의 경우 두개절제술(Craniectomy), 개두술(Craniotomy) 등 어떤 치료 방법을 적용해도 예후가 좋지 않은 편으로, 이는 급성 경막하혈종을 유발하는 외력의 경우 뇌실질에도 심한 손상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가 많으며, 50% 이상의 사망률이 보고되고 있다1.
국내 한의학계에서 T-SDH에 대한 선행 보고로는 섬망 증세에 瘀血方을 사용한 증례 2를 비롯하여 여럿 찾아볼 수 있지만, T-SDH로 인한 배뇨장애를 보고한 논문은 만성 T-SDH에 배액술을 시행한 후 발생한 1례3뿐이었으며, 급성 T-SDH 이후 배뇨장애를 보고한 바는 찾을 수 없었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지주막하출혈(Subarachnoid Hemorrhage, SAH)과 T-SDH가 발생했던 환자를 대상으로, 갑작스러운 T-SDH 후 자가 배뇨가 불가했으나, 건강보험용 한약제제 및 팔료혈 전침 치료를 포함한 한의 치료를 시행하여, 퇴원 후에도 기저귀를 착용하지 않은 채 스스로 화장실에서 배뇨할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되고 배뇨와 관련된 이상 행동도 소실된 증례에 대해 보고하는 바이다(Fig. 1).

Past medical history & timeline.
SAH : Subarachnoid Hemorrhage, Acom : Anterior Communicating Artery, s/p : Statue Post Operation, NPH : Normal Pressure Hydrocephalus, VP : Ventriculoperitoneal, OP : Operation, BPH : Benign Prostatic Hyperplasia, Dx : Diagnosed, SDH : Subdural Hemorrhage, CRE : 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iaceae, UTI : Urinary Tract Infection, MRPA : Multidrug-resistant Pseudomonas Aeruginosa, F/C : Foley Catheter.
II. 증 례
1. 병 력
본 환자는 168 cm, 63 kg 60세 후반 남환으로, 2012년 전교통동맥 뇌동맥류(Anterior Communicating Artery Aneursym, Acom An.) 파열로 인한 SAH로 클립결찰술(Clipping) 시행 후 10년간 후유증 없이 지냈으나, 2022년 3월 정상압 수두증(Normal Pressure Hydrocephalus, NPH)으로 ○○병원 신경외과에서 우측 뇌실-복강 간 단락술(Ventriculoperitoneal shunt, VP shunt)을 시술받았다. 2022년 6월 천추 5번 골절로 ○○병원에서 입원 치료받던 중, 지속적인 고열과 단락술 부위의 염증 및 감염 소견(Liver abscess)을 보여 기존 단락술을 제거하고, 7월 좌측으로 단락술을 재시술하였다. 당시 안정을 위해 유치 도뇨관(Foley Catheter, F/C)를 유치했는데, 제거 후 빈뇨를 호소하고, 요의 없어 Nelaton을 시행하는 등 배뇨에 어려움 있었으나 F/C 없이 퇴원하였다. 2023년 5월부터 ○○병원 비뇨기과에서 양성 전립선 비대증(Benign Prostatic Hyperplasia, BPH)과 신경인성 방광(Neurogenic Bladder) 진단 하 경구약제를 복용하며 배뇨 불편감 없이 일상생활을 지속하던 중, 2024년 2월 산속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어 T-SDH(Fig. 2) 진단 하 보존적 치료를 받았다. 이후 인지 저하가 확인되었으며, 자가 배뇨가 불가하여 F/C를 유치하였으나 지속적으로 F/C를 스스로 제거하여 혈뇨가 수차례 발하였고, F/C 유치중임에도 하루에 십수 차례 화장실을 찾는 행동 증상이 시작되었다. 2024년 3월 F/C 유치한 채 요양병원으로 퇴원했으나, 2024년 4월 의식저하(Stupor), 혈압저하 보여 요로패혈증(Urosepsis) 진단 하 ○○병원에 재입원했다. 당시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종(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iaceae, CRE) 감염으로 격리치료를 받았고, 당시에도 화장실을 반복적으로 다니는 행동이 지속되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제 조절을 시도했으나, ‘고령인 점 및 외상력을 고려했을 때 예상되는 효과보다 부작용이 클 것’으로 보여 약물 조절하지 못하고 행동 증상은 지속되었다. 전신상태가 회복되어 2024년 5월 □□병원으로 전원했지만 배뇨장애는 지속되고 낙상이 반복되던 중, 2024년 6월 요로감염(Urinary Tract Infection, UTI)과 다제내성녹농균(Multidrug-resistant Pseudomonas Aeruginosa, MRPA) 감염으로 ○○병원 신장내과에서 입원치료한 후 2024년 7월 12일 본 한방병원에 입원하였다. 상기 과거력 외 2016년부터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와 우울장애로 local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물을 처방받았고, 치매 및 행동심리증상(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 BPSD)이 의심되어 2023년 9월부터 ○○병원 신경과에서 경구약제를 복용하였다. 흡연과 음주는 모두 2012년 SAH를 기점으로 중단했고, 가족력은 조부의 위암뿐이었다(Fig. 1).
2. 감별진단
소변의 저장과 배출과 관련된 증상을 보이는 하부요로 기능장애는 방광기능, 신장기능, 호르몬의 변화에 의해 나이가 들며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 PD),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 MS), 다계통 위축(Multiple system atrophy, MSA), 척수 손상(Spinal cord injury, SCI), 뇌혈관 질환 등이 발하는 경우 남성의 전립선 비대증, 여성의 요실금 등 자연적인 노화에 의한 증상과는 별개로 배뇨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또한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방광의 감각을 저하시킬 수 있고, 요추 디스크 탈출증은 방광의 운동, 감각신경과 관련되어 마미증후군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4,5. 본 증례의 환자는 떨림, 서동증, 강직 등 PD로 의심할 만한 증상 없었고, 따라서 PD의 증상이 선행되는 MSA도 고려하지 않았다. MS는 이상감각, 시신경염 등의 증상 및 관련 과거력이 없었고, 주로 2-40대 여자에게 발병하는 질환임을 고려하여 배제하였다. 2023년 9월부터 이어진 ○○병원 신경과 진료기록에서도 상기 병증과 관련된 소견은 찾을 수 없었다. 당뇨의 과거력 및 가족력 또한 없었고, 2024년 2월 ○○병원에서 시행한 당화혈색소는 5.5로 정상범위 내였으며, 본원 입원 중 시행한 혈액 검사상 혈중 포도당 수치는 항상 정상범위 내로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에 해당하지 않았다. 다만 본 환자는 2022년 6월 천추 5번 골절로 ○○병원 입원 중 F/C 제거에 어려움 있었고, 당시 ○○병원 비뇨기과에서 천추 골절로 배뇨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소견을 들은 바 있다. 천추 골절의 25%에서 요천추 신경의 손상이 동반된다는 점, 2~5번 천추에서 나오는 신경근의 전방 분지들은 부교감신경으로서 방광과 직장 괄약근의 불수의적 운동을 조절한다는 점을 고려하면6, 당시 요천추 신경의 손상이 있었음을 배제할 수 없다. 2023년 5월에는 국제 전립선 증상 점수(International Prostate Symptom Score, IPSS) 17점으로 BPH 진단받았으나 자가 배뇨가 가능하였고, 2023년 9월부터 한국판 간이 정신상태검사(Korean-Mini Mental State Exam, K-MMSE) 25점으로 MCI 진단하 약물치료 받았으나 치매로 진단할 만큼 심각한 인지의 저하는 없었다. 2024년 2월 T-SDH가 발하기 전까지는 입원 중 F/C 삽입하고 배뇨에 어려움 호소했어도 모두 일시적이었으며 자택에서 스스로 배뇨하며 일상생활 가능했던 환자로, 정확히 T-SDH 발생한 시점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배뇨에 어려움 호소하였고 화장실을 자주 찾거나 대변을 손으로 만지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 이는 T-SDH 이후 시행한 K-MMSE 점수가 2024년 2월 15점, 2024년 7월 12점인 것을 고려하면 혈관성 치매(Vascular Dementia, VaD)에 의한 증상으로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즉 BPH와 요천추 신경 손상이 있었음에도 자가 배뇨 가능했으나, T-SDH 후유증으로서 배뇨 기능 악화되었고, MCI는 VaD로 악화되었으며, Urosepsis, CRE, MRPA 등 수차례의 감염으로 회복이 지연된 것으로 판단하였다. 본원 입원 당시 시행한 혈액, 방사선, 소변 검사상 특이 사항은 없었다.
3. 변증진단
입원 당시 자가 배뇨 불가하여 F/C를 유치하고 있었음에도 주간, 야간 상관없이 1시간에 1번씩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며 화장실에 집착하는 행동, 대변을 손으로 만지는 행동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였다. 화장실을 자주 찾았으나, 변기에 앉아도 배뇨 또는 배변하지 못하였다. 중등도의 구음장애로 문진 시 고갯짓 또는 한, 두 마디의 단발성으로만 대답하는 등 말이 거의 없었지만, 순간적으로 큰 소리로 거친 욕설을 외치며 화를 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간병인이 말을 걸거나 행동을 제지하면 간병인을 발로 차는 등 공격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았고, 분노할 때 외에는 항상 입을 일자로 다물고 무표정으로 일관하였다. 몸을 앞으로 기운 채 급하게 보행하여 잘 넘어졌으며, 병실을 잘 찾지 못했고, 관련 약물 복용 중이었음에도 입면에 1-2시간 소요되고 수차례 중도 각성하는 등 수면 상태는 불량하였다. 기저귀를 항상 착용하고 있었고, 대변은 1일 1회 정상 변이었으며, 입안에 음식이 넘어가지 않았는데도 계속 입에 음식을 넣을 정도로 급하게 먹고 食慾은 왕성했지만 물은 잘 마시려 하지 않았다. 消和는 양호했고, 手足, 四肢는 不溫했으며, 좌측 하지 위약감이 있었고, 頭部, 胸部, 腹部는 특이사항 없었다. 脈沈, 舌淡紅, 厚黃苔로, 中風 辨證상 火熱證, 臟腑辨證으로 肝氣鬱結證, 腎陽虛衰證로 변증 진단하였다.
4. 윤리적 고려
후향적 증례보고 1례로서, 공용기관생명윤리위원회에서 심의를 면제받았다(P01-202502-01-013).
III. 치 료
입원치료는 2024년 7월 12일부터 2024년 9월 20일까지 진행되었다.
침구치료는 평일에는 병동과 외래에서 하루 2차례 이루어졌고, 주말에는 병동에서만 1차례 이루어졌다. 일회용 호침(stainless steel, 동방침구제작소)을 사용하였으며, 직경 0.20 mm, 길이 0.30 mm의 호침으로는 LI4(合谷), LR3(太衝), HT8(神門), LU8(經渠), SP6(三陰交), KI3(太谿), KI6(照海), KI7(復溜), KI10(陰谷), LR4(中封), HT8(少府), LR2(行間)에, 직경 0.35 mm, 길이 0.60 mm의 호침으로는 CV12(中脘), CV6(氣海), CV4(關元), CV3(中極)에 자침하였다. 복부와 하지에 적외선조사기(대경전자, INFRALUX-300) 적용하였고, 침전기자극기(한일티엠, HA-306)로 CV4(關元)-CV3 (中極), KI7(復溜)-KI10(陰谷)를 연결하여 1-10 Hz. auto로 15분간 자극하였다. 외래진료실에서는 도뇨관 제거 후 34일 차부터 양측 BL32(次髎), BL33(中髎)에 3 Hz로 전침치료를 시행하였다.
한약치료로는 입원 1일 차부터 黃連解毒湯(단미엑스혼합제, 정우신약, Table 1)를 1포씩 하루 3번, 식후 1시간에 복용하였고, 5일 차부터 加味逍遙散(단미엑스혼합제, 한국신약, Table 2)을 동일한 용법으로 함께 복용하였다. 27~31일 차 발열, 호흡기 증상과 함께 컨디션 저하 보여 상기 약제는 중단하고, 증상에 맞춰 단기적으로 小靑龍湯(한국신약), 杏蘇湯(정우신약), 龍膽瀉肝湯(한국신약), 猪笭湯(한국신약, 이상 모두 단미엑스혼합제)을 처방하였다. 32일 차부터 컨디션 회복되며 다시 황련해독탕과 가미소요산을 퇴원일(71일 차)까지 유지하고 퇴원약으로도 처방하였다. 55, 57일 차에는 고열과 요로감염으로 배뇨량이 감소하여 五苓散(단미엑스혼합제, 한국크라시에약품)만 추가로 하루 1번, 저녁 식후 복용하였다.
입원 시 지참한 양약은 변동 없이 유지하였고, 5일 차 수면하지 않고 배회하는 모습 있어 Quetiapine 12.5 mg을 복용하였다. 29~32일 차에는 고열과 호흡기 증상, 49~59일 차에는 소변 배양 검사상 요로감염이 확인되어 수액치료와 함께 해열제, 항생제를 경구 투약하고 Piperacillin 4 g & Tazobactam 0.5 g, Ertapenem 1 g을 정맥 주사한 바 있다(Table 3).
IV. 평 가
환자와 간병인의 진술을 토대로 주간, 야간의 배뇨 횟수 및 양상, 이상 행동, 기타 소증의 횟수와 양상을 확인하여, 입원 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입원 초 호소하던 증상들의 호전 여부를 평가하였다. F/C를 제거한 상태에서 자연 배뇨를 유도한 뒤 PVR를 측정하였고, 100 ml 이하인 경우 스스로 배뇨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또한 입원시와 퇴원시 육체적 일상생활 능력을 확인하는 척도로서, 완전히 독립적인 경우 100점, 수행 불가한 경우 0점으로 측정되는 한국형 수정 바델지수(Korean version of Modified Barthel Index, K-MBI)의 평가를 시행하였고, 전반적인 인지기능을 평가하기 위해 K-MMSE를 시행하였다7,8.
일반적으로 인지 장애가 있고, 환자 본인이 병식이 없으며, 우울증을 비롯한 신경과적 질환이 있는 경우 치료 순응도(adherence)가 낮은 경우가 많으나, 본 환자의 경우 간병인이 상주하여 복용 약물의 양과 시간을 모두 준수하였으며, 환자가 복용 거부한 바 없고 이상 반응 호소한 바 없어 치료 순응도는 높았다고 판단된다9.
V. 임상경과
1. 배뇨장애
입원일부터 16일 차까지 F/C를 유치하였다. 16일 차 F/C를 제거하고 자가 배뇨하였고, 첫 자가 배뇨 시 요의를 호소하고 배뇨한 것을 인지하였으나, 첫 배뇨 이후 요의 없고 이미 기저귀에 배뇨하였으나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 보여 F/C를 재유치하였다. 25일 차 F/C를 다시 제거하였고, 자가 배뇨 후 PVR은 100 ml였다. 이후 지속적으로 자가 배뇨하여 F/C 재유치하지 않고 경과 관찰하였고, 27일 차 확인한 PVR은 0 ml였다. 28일 차 요의를 호소하며 화장실에서 배뇨하였지만, 28일 차 외에는 화장실에 도착할 때까지 참지 못하고 기저귀에 배뇨를 하는 모습으로 화장실에서 배뇨하지 못하였다. 32일 차 소변이 마려운지 아닌지 모르겠다고 하였고, 33일 차 종일 요의 호소 없었으며, 40일 차 요의는 수차례 호소했으나 화장실에서 배뇨하지 못하였다. 42일 차 처음으로 환자 본인이 소변을 기저귀에 보았다고 말하였고, 44일 차 수면 중 소변이 마렵다며 깨서 소변통에 배뇨하였다. 이후 항시 수면 중 소변이 마렵거나 소변을 보면 중도각성이 가능하였다. 53일 차부터 화장실 가는 도중 절반 정도 기저귀에 실금하고, 절반 정도는 화장실에서 보는 모습이었고, 58일 차부터는 화장실까지 가는 도중 소변 실금 없어 모두 화장실에서 배뇨 가능하였다. 이후 주간에는 기저귀를 착용하지 않았고, 야간에만 기저귀를 착용하였다. 야간 수면 중에도 인지하지 못하고 배뇨한 적은 없었고, 61일 차부터는 야간 중도각성도 없었다. 71일 차 퇴원일에도 야간뇨, 중도각성 없이 화장실에서 자가 배뇨 가능하였다(Fig. 3). 퇴원 후 첫 외래 진료인 2024년 9월 27일 자택에서도 자가 배뇨하고 있음을 확인하였고, 2024년 11월 1일, 2025년 1월 27일에도 배뇨 상태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2. 행동 장애
본 환자는 입원 당시에 F/C를 유치하고 있었음에도 1시간에 1번씩 화장실을 찾았다. 대변과 소변을 보지 않아도 변기에만 앉고 나오는 모습이었으며, 간병인의 제지에도 동일한 양상의 행동을 반복하였다. F/C를 제거한 후에도 화장실을 1시간에 1번씩 찾는 모습이었으나, 치료가 진행되며 2시간에 1번씩 찾는 등 빈도의 감소를 보였고, 56일 차 화장실에 가자고 말하지만 이전처럼 바로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60일 차 여전히 하루에 1번은 변기에 앉고만 나오는 모습이 있었으나, 65일 차부터 화장실에 가서 배뇨, 배변하지 않고 나온 적 없었고, 이후 71일 차 퇴원일까지 주, 야간 아무 이유 없이 화장실을 찾지 않았다(Fig. 3).
또한 8일 차부터 12일 차까지 매일 기저귀에 배변한 대변을 손으로 만지고 있거나 기저귀 안으로 손을 집어넣는 등의 이상 행동을 보였다. 13일 차에는 상기 증상 없었으나, 14일 차 기저귀 속의 변을 계속 만지는 모습이 있었다. 이후 간혹 이상 행동을 보이기는 하였으나 모두 일시적이었으며, 22일 차 Urine bag을 테이블 위에 얹어놓고 밥을 타러 가겠다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상황에 맞지 않는 행동, 비정상적 배설행동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3. 기타 소증
욕설을 뱉으며 주먹을 휘두르는 등 공격적인 증상은 입원 당시 하루 10번에서, 28일 차경 하루 1-2번으로 감소하였다. 48일 차부터 퇴원일까지는 57일 차에 욕하는 모습 1회 보인 것 외에 욕하거나 공격적인 행동 볼 수 없었다.
4. K-MBI
K-MBI는 입원일 60점, 퇴원일 86점으로, 급하게 보행하여 자주 넘어지던 모습 또한 보다 안정적으로 보행 가능함에 따라 소변 조절 항목을 비롯하여 의자/침대 이동, 계단 이용 등의 항목에서 높은 점수가 측정되었다.
5. K-MMSE
K-MMSE는 입원 전인 2024년 7월 5일 12점, 입원 중인 8월 23일 18점, 퇴원하기 하루 전날인 9월 19일 16점으로, 입원하기 전 점수보다 올랐으나 상승 추세가 지속되지 못하였다.
VI. 고찰 및 결론
두부 외상으로 뇌의 물리적 손상 없이 가역적인 신경학적 결손을 보이는 경우에도 수 주가 지난 후 두통, 어지럼 등의 증상이 지속될 수 있으며, 출혈, 괴사, 경색 등 뇌 신경조직의 파괴를 동반하는 경우에는 인지 장애, 언어 장애, 뇌전증 등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1.
본 증례의 환자는 Acom An. 파열로 인한 SAH 이환 당시에는 후유증 없었으나, 산에서 넘어지며 T-SDH가 발병한 후 배뇨, 행동장애가 나타난 경우이다. 이처럼 뇌손상 후 발생한 배뇨장애는 신경인성 방광으로 분류되며10, 배뇨 조절 중추의 손상, 인지장애 등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한다. 보존적 치료로는 방광훈련, 골반저근운동 등을 시행하고, 방광 내 botox를 주사하거나 천골신경공으로 전극을 영구 삽입하는 등의 수술적 치료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약물치료의 경우 배출장애는 소변의 배출을 용이하게 하는 Tamsulosin 같은 알파차단제, Bethanechol 같은 부교감신경 자극제, 콜린제제를 처방하고, 시간제 배뇨를 실시한다. 저장장애는 Solifenacin 같은 항무스카린제(항콜린제), 교감신경 자극제를 처방하고 신속배뇨 교육을 실시한다. 그러나 알파차단제, 콜린제제 등은 객관적 유효성에 대해 논란이 많아 완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항무스카린제는 구갈, 변비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처방이 제한되고 있다4,10.
의식, 인지 장애, 성격 변화 등은 외상성 뇌손상의 대표적인 후유증으로서, 정서 불안과 난폭한 행동 등이 1개월 이상 경과한 경우 심한 뇌조직 손상이 있는 것으로 본다2. 그 중 행동장애(Behavioral disorder)는, 혈관성 치매(Vascular Dementia, VaD) 또는 혈관성 인지기능장애(Vascualr Cognitive Impairment, VCI)와 연관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신경학적으로 정신 증상 뿐 아니라 충동적인 행동, 이상 행동 등을 모두 일컫는 용어로 사용된다11. 하지만 같은 행위를 반복하거나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것은 기억력, 계산능력의 저하 등의 인지기능 저하와는 명백히 구별되며, 인지 저하보다 조절되지 않는 행동 증상이 환자 본인과 주변 이들에게 더 심한 정신적, 신체적 부담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시기적절한 치료와 행동 교정이 이루어져야 한다12. 현재 행동 장애의 약물치료에 있어 서양의학에서 치료제로 공인된 약물은 없다13. 다만 공격적 행동(Aggression)은 도파민 신경의 보존과 콜린성 신경의 감소에 의하고, 초조 행동(Agitation)은 세로토닌의 감소로 인한 것으로 보는 등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원인으로 보는 주장에 근거하여, 주로 도파민을 차단하는 항정신성 약물과 콜린분해효소억제제, 선택적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s, SSRI)를 처방하게 된다12.
본 환자는 본원 입원 당시 Tamsulosin, Bethanechol 외에도 BPH 치료제로 주로 처방되는 5알파환원효소억제제 Dutasteride를 복용 중이었으나 F/C를 제거하는데 번번이 실패하였고, 요의 또한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또한 행동 장애의 조절을 위해 항불안제인 벤조디아제핀계(Benzodiazepine, BZP) Lorazepam, 도파민과 세로토닌 수용체를 차단하는 비정형 신경이완제인 Quetiapine을 복용 중이었고, 항경련제로서 공격적인 행동, 분노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Valproic acid도 복용하고 있었다. 특히 Valproic acid의 경우 이상 행동을 보이는 환자의 68%에서 호전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으나12 역시 본 환자에게 상기 약물들의 효과를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한의학에서 T-SDH는 외상을 원인으로 하는 점에서 打撲으로 인한 瘀血로 볼 수 있고, 뇌손상으로 신경학적 결함이 발생한다면 中風의 범주로도 볼 수 있다. 中風으로는 中臟腑 閉證의 心煩易怒, 半身不遂, 舌强語謇或不語 등에 해당하면서도, 脈沈, 四肢不溫 등의 虛症 또한 동반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14. 본 증례의 배뇨 장애는 저장장애로서 遺尿, 尿失禁, 배출장애로서 癃閉, 尿閉에 해당하며10, 화장실을 자주 찾으며 갑자기 화를 내는 행동은 痴呆 心肝火盛證의 性情急躁, 焦燥不安, 心煩不寐, 與人多爭의 증상과도 일치한다. 또한 성격이 포악하고 사람에게 위해를 가한다는 부분에서는 狂症과도 유사한 면이 있다.
본 환자는 火熱證, 肝氣鬱結證, 腎陽虛衰證로 변증 하 건강보험용 한약제제 내에서 황련해독탕과 가미소요산을 처방하였고, 입원 34일 차부터 팔료혈 전침 치료를 시행하였다.
황련해독탕은 ≪肘後備急方≫에 처음 언급되었으나15 현대에는 ≪外臺秘要≫의 “..通利而錯語者… 又前軍督護劉車者…錯語不得臥,餘思作此黃連解毒湯方..”를 출전으로 보며16, 黃連, 黃芩, 黃柏, 梔子로 구성되어 寫火解毒하는 처방으로, 임상에서는 폐렴, 패혈증, 정신분열증에 응용된다17. 항고혈압, 교감신경의 흥분 억제 등의 생리활성17이 연구된 바 있으며, 권18은 치매 쥐 모델에서 중추신경계의 콜린성 신경 전달을 활성화하고 신경 영양 단백질의 발현에 관여하여 인지의 호전을 보였다고 하였다. 또한 이17는 Staphylococcus aureus, Escherichia coli 균주에 대한 생장억제효과와, 기존 항생제와 병용 시 낮은 농도에서도 유효한 항균활성이 있음을 보고하였다. 추가로 황련의 Berberine의 항균 작용, 치자의 Geniposide의 이뇨, 소염 작용 등 개별 약재들의 유효성분 생리활성도 감안했을 때17, T-SDH 후 F/C 제거에 번번이 실패하며 Urosepsis, UTI 등 Urine의 감염도 끊이지 않았던 환자에게 肝火를 泄熱하여 행동 증상을 감소시킴과 동시에 인지를 개선시키고, 감염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황련해독탕은 大苦大寒한 약재로 구성되어 장복시 소화불량 등의 부작용을 호소할 수 있으나, 본 환자의 경우 불편감 호소한 바 없어 지속적으로 처방하였고 퇴원 당시에는 厚黃苔도 상당히 감소한 모습이었다.
≪內科摘要≫에서 丹梔逍遙散으로, ≪校注婦人良方≫에서 八味逍遙散로 명명된19 가미소요산은 逍遙散에 心, 肝의 火를 瀉하는 목단피와 치자를 가미하여 肝鬱血虛로 化火生熱하여 생긴 煩燥易怒, 小便澁痛 등을 治하는 처방이다20. 임상에서는 갱년기장애 등에 처방되며, 선행 증례 보고도 정신신경과 및 부인과 질환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실험 연구로 심20은 가미소요산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증가를 억제한다고 하였고, 이19는 산화적 스트레스에 의한 신경 손상으로부터 뇌세포를 보호한다고 했으며, Mizowaki M21은 BZP계 약물처럼 GABA(γ-amino-butyric acid) 수용체에 작용하여 항불안 효과를 낸다고 하였다. 본 환자의 행동 양상을 중추 신경을 억제하는 GABA의 감소와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과 관련지어 보면, 이상 행동을 할 때마다 간병인이 제지하는 상황이 환자에게는 상당한 스트레스 자극으로 작용하였고, 해당 상황에서 과민하게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입원 전 약물 조절을 시도조차 하지 못한 바 있고, Lorazepam과 Quetiapine 등 관련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고 있었음에도 이상 행동은 지속되었다. 본원에서는 지참 양약은 유지하며 입원 5일 차부터 가미소요산을 추가로 처방하였는데, 복용 이튿날 간병인은 야간에 깨서 배회하는 시간이 감소했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욕설, 공격적인 행동이 모두 소실되어 퇴원하였고 가미소요산을 복용 중단한 후에도 상기 증상은 호전된 상태로 유지되었다.
팔료혈 중 次髎, 中髎 전침 치료는 지시에 따르지 않는 행동이 줄어들고, 측와위로 15분간 부동의 자세를 취하는 것이 가능함을 확인하고 입원 34일 차부터 시행하였다. 八髎는 足太陽膀胱經의 양측 BL31(上髎), BL32(次髎), BL33(中髎), BL34(下髎)를 의미하며, 천골신경과 하둔신경 및 장늑근과 골반저근육을 자극하여 치질, 배뇨질환 등을 治하는 혈위이다10. 팔료 전침으로 배뇨장애가 호전된 한의 증례 보고는 다수 찾아볼 수 있으며10, 임상연구로는 Wang X의 뇌졸중 후 방광배뇨근의 과활동성(overactivity)에 대한 치료 효과, Shen J의 치질 수술 후 요저류의 발병 빈도 및 진통제 사용의 감소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22. 또한 성10은 중국 임상연구 동향을 분석한 논문에서 단일치료보다 전침과 기타 한방 치료가 결합되었을 때 효과가 더 우수하다고 하였고, 박23은 문헌 고찰을 통해 천골부위의 전침자극 효과는 방광배뇨근과 요도괄약근을 직접적으로 자극하기보다는, 천골신경, 음부신경의 구심성 신경신호 자극을 통해 척수 반사를 조절하고 상위 중추(대뇌 등)를 개입시킴으로서 나타나는데, 이것이 팔료혈의 기전과 유사하다고 보고하였다.
본 증례는 T-SDH 발생 후 주간에만 15회 가량 화장실을 찾고, 5개월가량 도뇨관을 유치하던 환자가 혼합엑기스산제 복용과 전침치료를 시행하여 도뇨관을 제거하여 화장실에서 스스로 배뇨 가능하고, 야간 수면 중에도 요의를 느낄 수 있게 되었으며, 인지 저하에 따른 이상 행동들도 소실된 케이스이다. 관련 양약을 장기간 복용하고 있었음에도 지속되던 배뇨장애, 행동 장애의 호전을 이끌어냈다는 점, 퇴원 후에도 호전된 상태가 꾸준히 지속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본 논문의 한계점 또한 명확하며, 다음과 같다. 환자의 보다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 점, 방광내압측정 및 요속검사와 과민성 방광 증상 점수(Overactive Bladder Symptom Score, OABSS) 등 배뇨와 관련된 보다 객관적인 지표를 제시하지 못한 점, 한국형 신경정신행동검사(Korean Neuropsychiatric Inventory, K-NPI) 등 이상 행동의 평가 척도를 활용하지 못한 점10, K-MMSE 점수의 상승 추세가 지속되지 못한 점 등이다. 하지만 보험제제 내에서만 처방 가능하였던 조건에도 불구하고, 황련해독탕, 가미소요산과 팔료혈 전침치료로서 이상 행동과 공격적인 행동이 소실되고 스스로 배뇨 가능한 상태로 호전되었다는 점에서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