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세동 환자에서 한약치료를 통한 증상 조절 효과 : 증례보고
Symptom Management of Atrial Fibrillation with Herbal Medicine: A Case Report
Article information
Abstract
Background:
Atrial fibrillation (AF) is an arrhythmia associated with symptoms such as dizziness, palpitations, and fatigue. While conventional treatments-such as beta-blockers, antiarrhythmic drugs, and anticoagulants-are standard, adverse effects and limited symptom control may lead patients to seek complementary therapies. Traditional Korean medicine may offer symptomatic relief for AF-related discomfort.
Case Report:
A 61-year-old female patient with a history of AF presented with dizziness, palpitations, dyspnea, and fatigue. She had previously required medication adjustm ent due to QT prolongation and was under psychiatric care for depression and insomnia. Despite stable follow-up, her symptoms recurred, prompting her admission to a Korean medicine hospital. She received a complex herbal decoction combined with acupuncture, electroacupuncture, and moxibustion. Over a two-week hospitalization, the patient report ed gradual symptom improvement. A follow-up EC G showed rhythm changes suggestive of stabilization, though insufficient to confirm AF resolution.
Conclusion:
This case suggests that traditional Korean medicine, including multiherb formulations and acupuncture, may contribute to symptom relief in patients with AF. While a single ECG suggests rhythm normalization, the focus remains on clinical improvement of subjective symptoms. Further studies are needed to evaluate the efficacy and mechanisms of these integrative approaches.
I. 서 론
심방세동은 심장의 심방에서 정상적인 질서정연한 전기 흐름이 아닌 무질서한 전기의 소용돌이가 만들어지는 부정맥이다. 심방세동에서 심방은 그저 미세하게 표면이 떨리는 정도로만 운동하며, 정상적인 수축과 이완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심실의 박동이 매우 빠르고 불규칙해진다1. 심방세동은 다양한 증상과 임상 양상을 보이며, 특정 치료의 효과를 판단하기 어렵고, 환자가 치료에 잘 순응하더라도 치료 실패나 재발 가능성이 높은 질환이다2.
심방세동 관련 국내의 연구동향을 살펴보면 항부정맥제 요법이나 침습적 요법과 같은 치료효과를 평가하는 연구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3, 선택해야 할 치료방법이나 약물의 사용에 대한 어려움이 제기되고 있으며4, 심방세동의 율동 조절(rate control)을 위해 흔히 사용되는 항부정맥제의 경우 그 효과가 만족스럽지 않고 다른 부정맥이 발생하는 등의 부작용 발생 위험으로 사용에 주의를 요한다5.
이와 같은 심방세동 치료의 한계점을 보완하고, 심방세동 환자의 효율적 증상 관리를 통한 삶의 질 증진을 위하여 대체의학 치료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여러 연구6,7가 진행되었으며, 국내에서도 고령화에 따른 유병율 증가와 약물치료의 한계점 등으로 인해 한의학적 치료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8.
심방세동을 한의학적으로 접근하여 치료에 유의한 결과를 보고한 연구는 꾸준히 발표되어 왔으나, 침구 치료에 대해서는 체계적 문헌고찰9이 발표되어 연구 근거가 확충되고 있는 반면, 한약 치료에 대한 연구는 현재까지 근거 수준이 높은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10. 따라서 심방세동 환자에게 적절한 한약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보다 체계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증례 수집과 다른 약물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할 것이다.
또한 현재까지 발표된 한약치료를 시행한 치험례11-15를 살펴보더라도 대부분 심방세동 이외의 다른 질환도 동반한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하여 심방세동에 의한 증상만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힘들어 심방세동 자체에 대한 한약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임상 증상의 유의한 호전을 보였지만 심전도 기록에서는 이를 확인하지 못한 증례들도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심방세동이 재발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약을 투여하고 침 치료를 병행한 결과 제반 증상과 심전도 기록에서 호전을 보여 관련 증례를 보고하는 바이며, 이를 통해 한약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보다 체계적인 한의학적 치료 기준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II. 증 례
본 증례는 심방세동으로 인한 어지러움, 심계항진, 호흡곤란, 피로감 등을 주소로 내원하여 2023년 06월 30일부터 2023년 07월 14일까지 총 15일간 입원 치료를 받은 환자 1명을 대상으로 한 후향적 증례 보고로서 공용기관생명윤리위원회에서 심의를 승인 받았다(P01-202410-01-027).
1. 대상 환자 증상과 병력 그리고 진단적 평가
환자는 61세 여성으로, 2017년 □□대학병원 순환기내과에서 처음 심방세동을 진단받고 항부정맥제를 포함한 약물치료를 시작하고 정기적으로 외래에서 추적 관찰하였다. 이후 2018년 10월에는 항부정맥제로 처방받은 Propafenone(항부정맥제) 복용 중 심전도상 QT 간격 연장 소견이 관찰되어 부작용에 따른 약물 조정이 이루어졌다. 2019년부터는 ○○병원 순환기내과로 전원하여 치료를 지속하였다. 정기적인 외래 진료 중 환자는 심방세동 관련 증상을 호소하지 않았으며, 추적 검사를 위한 심전도에서도 심방세동 소견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2020년 2월부터는 의사 권고로 약물을 감량하기로 결정하였고, 당시 ○○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되어 복용 중이던 Propranolol(베타차단제)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조건으로 순환기내과에서 복용 중이던 Clopidogrel(항혈전제)과 Dronedarone(항부정맥제)은 중단하고 외래에서 경과 관찰하기로 하였다.
또한, 환자는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2012년부터 ○○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물을 복용 중이었으며, 2022년에 ○○병원 신경외과에서 경추 추간판 탈출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은 바 있다. 2012년에는 우측 경골 골절로 지역의 한 정형외과의원에서 수술적 치료를 받았다. 가족력으로는 부친의 당뇨병과 모친의 심장질환 병력이 있으며, 사회력은 음주력(주 1회, 맥주 1잔)과 화훼농장 운영이 있었다.
환자는 2023년 6월경부터 어지럽고 눈앞이 아찔한 증상과 심계항진, 호흡곤란, 피로감 등의 증상이 발생하였고, 증상이 점차 심화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였다. 특히 본원 내원 약 10일 전에는 어지러움이 심해 보행 중 넘어져 요통 및 슬통이 동반되면서 적극적인 한의학적 치료를 위해 본원에 내원하게 되었다.
입원 시 시행한 12유도 심전도에서 분당 심박수 121회의 빈맥과 함께 QRS파가 불규칙적이며 더 자주 나타나고, QRS파 앞에 일정한 P파가 보이지 않는 전형적인 심방세동의 심전도 소견이 관찰되었고(Fig. 1), 입원 6일 차에 시행한 24시간 Holter 검사에서도 심방세동이 지속되는 양상이 관찰되었다(Fig. 2). 입원 당시 혈액검사 및 요검사에서는 특이 소견은 없었다.

ECG(2023.06.30.).
Atrial fibrillation with rapid ventricular response. RSR (QR) in lead V1/V2, consistent with right ventricular conduction delay.

Holter(2023.07.05.).
Underlying A.fibrillation 69-153 bpm average 105 bpm maximal R-R interval 1.72sec. rare VPCs (2 total beats).
환자의 체격은 152 cm에 69 kg으로 비만한 편이었으며, 식욕은 저하되어 있었다. 소변은 夜間尿가 있었고, 대변은 2-3일에 1회 빈도로 보았다. 수면은 불면증으로 약물을 복용중임에도 入眠難, 淺眠, 多夢을 호소하였다. 脈은 弦滑하고 舌은 苔白하였으며, 腹診상 心胸痞悶하였다. 이와 더불어 顔面部 중심의 多汗 및 手足冷을 동반하였다. 이러한 문진 소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본 환자의 변증은 痰飮을 기본으로 설정하였고, 心氣虛, 心陽虛, 瘀血의 병기도 함께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증상의 평가는 입원 기간 중 매일 오전 8시경 환자의 상태를 문진하여 어지러움, 심계항진, 호흡곤란, 피로감 등 각각의 증상에 대한 빈도 및 강도를 종합하여 불편한 정도를 확인하였다. 입원 시와 동일한 정도의 불편감은 100%로, 증상이 완전히 소실된 것을 0%로 설정하고, 환자에게 증상의 불편한 정도를 입원 시 대비 %로 평가하도록 하였다. 또한, 심전도 상의 심박수 및 율동 변화를 통해 호전 정도를 파악하기 위하여 입원 기간 중 표준 12유도 심전도를 사용하여 검사를 시행하였다.
2. 치료 방법
1) 한약 치료(Table 1)
입원 4일 차부터 한약을 처방하여 1일 2첩 3회, 100 cc씩 매 식후 1시간에 투여하였다. 구성 약재 및 용량은 Table 1에 표시하였다.
2) 침구 치료
(1) 호침 치료
입원 기간 동안 어지러움, 심계항진, 호흡곤란 등의 개선을 목적으로 1일 1회 0.25×40 mm stainless steel(동방침구제작소 일회용 호침)을 사용하여 GV20 (百會), EX-HN1(四神聰), GB24(神庭), ST8(頭維), GB15(頭臨泣), TE17(翳風), HT3(少海), LU9(太淵), HT7(神門), HT8(少府), LI04(合谷), ST36(足三里), SP9(陰陵泉), SP6(三陰交), LR03(太衝) 등에 자침하여 15분간 유침하였고, 유침 시간 동안 복부에 적외선 혈위조사요법(대경전자, INFRALUX-300)을 적용하였다.
(2) 전침 치료
입원 기간 동안 허리 통증의 개선을 목적으로 1일 1회 0.35×60 mm stainless steel(동방침구제작소 일회용 호침)을 사용하여 양측 BL23(腎兪)-BL24(氣海兪), BL25(大腸兪)-BL26(關元兪) 등에 자침하고 HA-306(한일티엠, 한국)을 사용하여 전침치료(90-500 Hz)를 15분간 시행하였다.
(3) 뜸 치료
입원 기간 동안 무릎 통증의 개선을 목적으로 1일 1회 간접애주구(동방침구제작소, 무연미니뜸, DB207)를 양측 EX-LE4(膝眼), ST35(犢鼻), ST36(足三里), SP9(陰陵泉) 등에 시행하였다.
3) 한방 물리치료
경근간섭저주파요법 : 입원 기간 동안 허리 통증의 호전을 위하여 1일 1회 간섭전류형저주파자극기(한일티엠, H-402)를 요배부에 15분간 시행하였다.
4) 양약 치료(Table 2)
입원 이전부터 우울증 및 불면증으로 ○○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다수의 약물을 복합적으로 복용 중이었으며, 입원 기간 중 ○○병원 순환기내과 협의 진료 후에 일부 약물이 추가 및 변경되었다. 불안 및 긴장 완화, 수면 유도를 위해 Propranolol, Trazodone, Duloxetine, Quetapine, Alprazolam, Lorazepam, Clonazepam을 복용하였고, 인지기능 예방 목적으로 Choline alfoscerate를 복용하였다. 이 중 Propranolol은 베타차단제로 심박수 안정화 및 조절 효과가 있어 과거에 순환기내과 약물 중단 후에도 유지하도록 권고되었다. Edoxaban은 항응고제로 심방세동에 의한 혈전 생성 및 뇌졸중 위험 감소를 위해 입원 4일 차에 추가되었으며, Carvedilol과 Amiodarone은 각각 베타차단제 및 항부정맥제로 심박수 조절 및 심방세동의 리듬 조절을 목적으로 입원 9일 차에 추가되었다. Carvedilol과 Amiodarone이 추가되면서 Propranolol은 복용 중단하였다. 환자가 입원 기간 중 복용한 양약은 Table 2에 표시하였다.
3. 치료 경과
입원 당일, 환자는 수시로 어지러움을 호소하였으며, 특히 앉았다 일어날 때와 같은 체위 변경 시 증상이 심하였다. 어지러움이 발생할 때 약 30초간 눈앞이 아찔한 느낌이 동반되었으며, 2~3분만 걸어도 숨이 찰 정도였다.
입원 2일 차에는 수면 유지가 어려운 천면(淺眠) 양상을 호소하였으며, 식은땀과 함께 피로감을 호소하였다.
입원 4일 차에는 어지러움과 눈앞이 아찔한 증상이 하루 4~5회 정도 발생하였고, 아침에 숨이 차는 증상이 심하였다. 또한 운동을 하거나 계단을 오를 때 심계항진이 나타나며, 쉽게 피로감을 느꼈다고 하였다.
입원 5일 차에는 어지러움의 강도가 다소 감소하였고, 눈앞이 아찔한 증상도 호전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3~4회 정도 두근거림이 발생하였으며, 증상은 1분 이내로 지속되었다. 5일 차에 시행한 심전도에서는 입원 당일 시행한 심전도와 마찬가지로 불규칙한 RR 간격과 P파가 보이지 않는 전형적인 심방세동의 특징이 관찰되었다. 또한, 분당 심박수 역시 118회로 빠르게 유지되어 심방세동으로 인한 빈맥이 동반된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앞서 언급했던 입원 6일 차에 시행한 Holter 검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소견이 관찰되었다.
입원 8일 차에는 어지러움의 빈도는 감소하였으나 강도는 여전히 비슷하다고 하였다. 두근거림은 나타나지 않았다.
입원 9일 차에는 식은땀이 현저히 감소하여 초기 대비 약 20% 정도만 남아 있다고 진술하였다. 야간에는 식은땀이 발생하지 않았고, 수면 중에도 베개가 젖을 정도로 땀이 났던 증상은 사라졌다.
입원 10일 차에는 어지러움의 빈도가 크게 줄어, 일상생활에서 증상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고 하였다.
입원 11일 차에는 숨이 찬 증상이 호전되어 초기 대비 약 30% 정도만 남아 있다고 하였으나, 두근거림은 일부 지속되었다. 11일 차에 추적 검사를 위해 시행한 심전도에서는 RR 간격이 일정해지고 P파가 관찰되며, 분당 심박수도 57회로 감소한 양상을 보였다.
입원 12일 차에는 어지러움은 기상 시에만 잠시 나타났다가 곧 좋아진다고 진술하였고, 대신 두통을 주로 호소하였다.
입원 13일 차에는 어지러움은 하루 1회 정도로 줄어들었으며, 강도 또한 초기 대비 약 10%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숨이 찬 증상도 하루 1회 정도 운동 시에만 나타났으며, 강도는 초기의 30% 정도로 줄어들었다. 두근거림은 나타나지 않았다. 환자는 어지러움도 거의 없고, 숨이 차는
증상도 가벼워졌다고 진술하였다. 13일 차에 시행한 심전도에서는 RR 간격이 규칙적으로 유지되고, P파도 명확하게 확인되며, 분당 심박수 역시 52회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입원 14일 차에는 새벽에 화장실을 다녀올 때 잠시 어지러움을 느낀 것 외에는 추가적인 증상이 없었다. 숨이 차고 두근거리는 증상도 걸을 때 30초 이내로 하루 1회 정도만 발생하였다. 이로써 어지러움, 호흡곤란, 두근거림 등의 증상은 대부분 개선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입원 15일 차에는 어지러움을 비롯한 모든 증상이 전반적으로 크게 호전되었으며, 환자는 증상의 재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퇴원 후 외래에서 추적 관찰하기로 하였다.
III. 고 찰
심방세동은 임상에서 흔히 발생하는 부정맥으로, 심방 내에서 발생하는 빠르고 불규칙한 전기 신호로 인해 심방이 정상적으로 수축하지 못하며, 그 결과 전기전도에 이상이 생겨 심실의 불규칙한 수축을 유발한다16.
전 세계적으로 약 2%의 유병률을 보이며, 국내에서도 인구 고령화로 인해 유병률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2006년 0.73%에서 2015년 1.53%로 10년간 2.1배 증가했으며, 현재 국내 유병률은 서구 국가들보다는 낮지만, 노인 인구의 증가에 따라 심방세동 환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17.
대부분의 심방세동 환자들은 단일 증상이 아니라 다양한 증상을 동시에 경험하며, 호흡곤란, 어지럼증, 흉통, 답답함 등 신체적인 불편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불안감, 우울감, 무기력함, 불면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여러 임상양상이 존재하여 특정 치료의 치료효과를 판단하기 쉽지 않으며, 치료에 실패하거나 재발할 확률 또한 높다. 또한, 색전증 및 뇌졸중 등의 치명적인 합병증 발생 가능성으로 인해 일부 환자들은 빈번한 병원 방문과 재입원을 반복하게 되면서 심리적 불안과 경제적 어려움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복합적으로 겪기도 한다18.
심방세동의 치료에는 심방세동을 동율동으로 전환시켜 정상 동율동을 계속 유지시키려는 것과 심방세동에 대한 심실반응을 조절하고 항응고요법 등으로 심방세동에 의한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의 두 가지가 있으며, 대개 환자 상태가 불안정하여 즉각적인 율동전환이 필요하지 않다면 심박수를 조절하는 것으로부터 치료를 시작한다19. 심박수 조절을 위해 베타차단제, 칼슘길항제, 항부정맥제 등이 사용될 수 있으며, 이때 뇌졸중 발생 예방을 위해 와파린이나 NOAC, 아스피린 등을 병행하여 투여한다1.
이러한 약물치료는 심방세동의 진행을 억제하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출혈 위험, 새로운 부정맥 유발 가능성, 전신적 부작용 등 다양한 부작용을 동반하는 경우가 있어 장기 복용 시 환자의 신체적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5. 본 증례의 환자 또한 과거 약물치료 중 심전도상 QT 간격 연장이 관찰되어 처방 조정이 필요했던 사례였다.
한편, 한의학에서는 부정맥이나 심방세동이라는 용어는 없으나 다양한 임상 표현을 반영하여 驚悸, 怔忡, 眩暈, 虛勞 등 동반되는 증상을 위주로 하여 각기 표현되었으며 脈狀의 특징에 따라 促脈, 結脈, 代脈으로 설명한다. 변증에 따른 치료는 심장의 虛實을 구별하여 心氣虛, 心陽虛, 心陰虛 등의 조건 하에 心腎兩虛, 脾腎兩虛, 肝氣鬱結 등으로 변증하거나, 實證 혹은 本虛表實은 心火, 痰濁, 瘀血이 心竅를 어지럽히는 것으로 血瘀, 痰濁, 化火 등으로 변증하여 치료하였다20.
본 증례의 환자는 수년 전 심방세동을 진단받고 약물치료를 지속하던 중 상태가 안정되어 심방세동에 대해서는 Propranolol을 단독 투여하며 추적 관찰 중이었으나, 어지러움, 심계항진, 호흡곤란, 피로감 등의 증상이 발생하였고, 급기야 어지러움이 심해 보행 중 넘어지며 요통, 슬통 등이 함께 발생하여 본원에 내원하였다.
입원 당일 시행한 심전도에서 심방세동 소견이 다시 확인되어 ○○병원 순환기내과에 의뢰하여 입원 4일 차에 Edoxaban(항응고제)을 추가하였고, 입원 9일 차에는 Propranolol을 중단하고 대신 Carvedilol(베타차단제) 및 Amiodarone(항부정맥제)을 추가하였다. 또한, 환자와 치료 방향에 대해 상의하여 요통, 슬통 이외의 심방세동으로 인한 증상에 대해서도 침 치료 및 한약 치료를 시작하였다.
환자의 체형, 맥진, 소화 상태 등 문진 소견을 토대로 痰飮으로 변증하였다. 주요 증상으로는 어지러움을 가장 심하게 호소하였기에 ≪金匱要略≫에서 痰飮眩暈을 치료하는 것으로 언급한 澤瀉湯의 처방 원리를 참고하였다. 아울러 동반된 心氣虛, 心陽虛, 瘀血 등의 병리적 요소를 함께 고려하여 다수의 약재를 추가해 복합적인 한약 처방을 구성하였다.
澤瀉湯은 澤瀉, 白朮의 두 가지 약재로 구성되어 있으며 澤瀉는 利小便, 淸濕熱의 효능을 가지고 있어 水腫脹滿, 小便不利, 痰飮眩暈을 치료하며, 白朮은 燥濕利水, 健脾益氣의 효능을 가지고 있어 脾虛, 脹滿, 痰飮眩暈을 치료한다21. ≪金匱要略≫에서는 “心下有支飮 其人苦冒眩 澤瀉湯主之.”라고 언급하였는데, 여기서 支飮은 주로 心下와 흉부 증상을 일컫는 것으로 “咳逆氣息 短氣不得臥 其形如腫”이라 표현되어 있다22. 즉, 支飮은 水飮이 흉격 위로 정체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호흡곤란, 흉부 불편감, 어지러움 등의 증상을 특징으로 하며, 이는 심방세동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과 유사하다.
澤瀉湯은 주로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질환에 응용되어 기존에는 양성 위치성 현훈이나 전정신경병증과 같은 전정계 관련 어지럼증에 주로 활용되어 왔다23,24. 본 증례에서 환자의 어지러움은 부정맥으로 인한 혈류역학적 불안정성에 따른 것으로, 기존의 澤瀉湯의 치료 원리를 참고하되 그에 국한되지 않고, 핵심 약물에 補益, 活血, 利水 등의 효능이 있는 黃芪, 白茯苓, 薏苡仁, 防風, 天麻, 藿香, 肉桂, 紅花, 附子를 가미하여 복합적이며 변증을 반영한 처방을 구성하였다.
먼저 黃芪, 附子는 補氣益衛, 回陽救逆, 溫裏 작용으로 심장의 불규칙한 박동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心悸, 怔忡, 乏力, 自汗 등 心氣虛, 心陽虛 증상을 개선함으로써 심박 조절 및 환자의 피로감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白茯苓과 薏苡仁은 利水滲濕 작용으로 체내 불필요한 수분을 배출하고 부종을 완화하여, 심장의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더불어 紅花와 肉桂는 活血通經 작용을 통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瘀血을 제거하여 혈전 형성 위험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심방세동은 혈전 생성과 관련이 깊기 때문에 혈류를 원활하게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天麻와 防風은 平肝息風 및 鎭痙 작용을 통해 심방세동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어지러움과 불안정한 심박을 개선할 수 있고, 藿香도 理氣化濕 작용으로 소화 기능을 강화하면서 가벼운 진정 작용을 함으로써, 자율신경의 균형을 맞추고 心悸와 불안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25.
이와 같이 본 처방은 심장의 기능을 보강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하며 체내 수분 대사를 조절하여 심장의 안정성 회복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환자의 주요 증상들을 직접적으로 완화시켜 이를 통해 환자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였다. 치료 후 환자의 어지러움, 심계항진, 호흡곤란, 피로감 등이 현저히 감소하였으며, 심전도에서도 심박수 안정화와 율동 개선이 일부 관찰되었다. 다만, 치료 전후 심전도 검사가 단회 측정으로 이루어졌고, 치료 전에도 자발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지속성 심방세동(Persistant AF)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심방세동의 소실 여부보다는 증상의 임상적 조절에 초점을 두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
또한, 입원 기간 중 양약 투여가 병행되었기에 이러한 효과가 한약 치료의 결과인지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Carvedilol 및 Amiodarone이 추가된 후 심전도 소견 및 증상의 뚜렷한 호전이 관찰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보다 앞선 한약 치료가 시작된 이후부터 어지러움의 강도가 감소하고 이외의 증상들도 점진적으로 호전되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고, 기존의 Propranolol 투여 중 증상이 재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약 투여 이후 증상 개선이 명확하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한약 치료가 특정 증상의 완화에 추가적인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이 본 환자는 과거 약물치료 중 심전도에서 QT 간격이 연장되는 부작용을 경험한 병력이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약물치료는 환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약물 선택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특히, Amiodarone은 각종 부정맥 치료에 유용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널리 사용되는 약물이지만, 장기 복용 시 폐섬유화, 간독성, 갑상선 기능 이상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된 바 있어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26. 이러한 상황에서 한약 치료는 약물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증상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중요한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본 환자의 경우, 한약치료를 통해 어지러움, 호흡곤란, 피로감 등의 증상이 호전되었을 뿐만 아니라, 수면의 질이 개선되고 식은땀이 감소하는 등 전신적인 상태가 안정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한약이 단순히 증상을 완화하는 것을 넘어, 심방세동과 관련된 전신적인 불균형을 조절하는 보완적 치료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 증례는 심방세동 환자에서 한약 치료가 증상 개선과 심전도 안정화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사례로, 한의학적 접근이 심방세동 치료에 유효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본 연구는 단일 증례로 일반화에 한계가 있으며, 한약 치료가 단독으로 적용된 것이 아니라 침 치료 및 기존 서양의학적 약물치료가 병행되었기 때문에 특정 치료의 기여도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따라서 향후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한의학적 치료의 효과를 보다 명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
IV. 결 론
심방세동으로 인한 어지러움, 심계항진, 호흡곤란, 피로감 등을 호소하는 환자 1명을 대상으로 약 10일간의 한약치료를 통해 임상적으로 유의한 호전을 확인하였기에 본 증례를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