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추 수술 후 악화된 본태 떨림 환자에 대한 한의복합치험 1례
A Case Report of Essential Tremor Aggravated After Lumbar Surgery, Improved by Combined Korean Medical Treatment
Article information
Abstract
Essential tremor (ET) is a common movement disorder that typically presents as a kinetic or postural tremor. Although anxiety, stress, and fatigue are known aggravating factors, postoperative exacerbation of tremors has rarely been reported. We present the case of an 80-year-old woman with ET whose bilateral arm and jaw tremors worsened after lumbar surgery. She received Korean medical treatment, including Boikyangwi-tang, deer antler, acupuncture, and electroacupuncture. After 40 days, the modified Fahn-Tolosa-Marin Tremor Rating Scale regional tremor score improved from 17 to 9, the task performance score from 48 to 32, and the Modified Barthel Index related to upper limb function score from 8 to 16. Subjective tremor severity was notably reduced, especially in the jaw. This case suggests that Korean medicine, including the herbal prescription Boikyangwi-tang, deer antler, and acupuncture, may be beneficial for managing essential tremors aggravated after surgery.
I. 서 론
본태 떨림(Essential tremor, ET)은 병리적 떨림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다른 신경학적 증상 없이 최소 3년 이상 지속되는 양 상지의 운동성 떨림이 특징적이다1. 파킨슨병으로 잘못 진단되는 경우도 있으나 파킨슨증의 떨림과 달리 안정시보다 자발적 운동시 떨림이 심하게 나타난다는 차이점이 있다2. 주요 악화인자로는 불안, 스트레스, 피로 등이 있으며3, 요추 수술 후 상지 떨림과 턱 떨림의 악화는 보고된 바 없다.
추간판 수술 후 새롭게 발생한 이상 운동증에 대한 증례는 일부 보고되었는데, 상지 떨림은 대부분 해부학적 연관성이 높은 경추 수술후 발생하였고, 요추 수술의 경우 하지에 떨림, 근간대 경련과 같은 이상 운동을 유발하였다4. 6건의 증례에 바클로펜, 가바펜틴, 베타 차단제, 레보도파 등을 투여하였으나 효과가 없었다고 보고되었다4. 수술 부위와 무관하게 발생한 이상 운동증으로는 척수소뇌실조증 6형(Spino-cerebellar ataxia 6, SCA6) 기저력이 있던 환자에게 췌장십이지장절제술을 시행한 후 머리 떨림이 발생한 사례가 보고되었는데, 휘발성 마취제와 수술로 인한 생리적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지목되었고 항파킨슨병약 및 벤조디아제핀 약물 치료를 시도했으나 효과가 없었다5. 따라서 현재까지 보고된 바에 따르면, 척추 수술 후 발생한 이상운동이나 수술 부위와 무관하게 발생한 이상운동에 대해서는 알려진 치료법이 없다.
한의학적으로 떨림은 진전(振顫)에 해당하는 증상으로6, 본 증례의 환자는 수술 후 악화된 떨림과 함께 식욕저하, 소화 불량, 기면 경향 등이 동반되었으므로 비기허(脾氣虛)에 의한 기혈양허형 진전으로 진단하였고, 보중익기탕과 향사양위탕의 합방인 보익양위탕을 투여하였다. 보익양위탕은 기능성 소화불량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있으며7, 실험 연구에서 항피로 효과가 확인된 처방이다8. 녹용은 근력저하와 피로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약제이다9,10. 수술로 유발될 수 있는 정신적, 육체적 피로는 본태성 떨림의 주요 악화 인자로3, 항피로 효과가 있는 보익양위탕과 녹용이 효과적일 것으로 추정되나 관련 연구는 아직까지 보고된 바 없다.
침치료는 이전 연구에서 부교감신경 활성 및 교감신경 억제를 통해 신경계 균형을 조절하며11, 감마아미노부티르산(γ-AminoButyric Acid, GABA) 수용체 발현을 증가시켜 신경 흥분성 조절을 향상시킴으로써 떨림치료에 효과적일 수 있음이 제시되었다12.
본 증례에서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수술 후 악화된 떨림으로 내원한 본태 떨림 환자에게 한의학적 변증에 기반한 한약 투여와 침 치료를 병행하여 양측 상지 및 턱 떨림에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기에 보고하는 바이다.
본 증례는 연구에 앞서 IRB File No 2025-04-009 승인을 통해 본 환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졌음을 밝힌다.
II. 증 례
1. 증례 및 진단
148 cm 40 kg의 80세 여성이 요추 수술 후 악화된 양측 상지 및 턱 떨림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10년 이상 경과된 양측 상지 떨림과 경미한 턱 떨림 증상 있었으나 약물 복용 없이 생활하던 중, X년 8월 1일 요추 협착 및 압박골절로 L3 척추 성형술(Vertebroplasty, VP), L4-S1 척추 유합술(Posterior lumbar interbody fusion, PLIF)을 시행한 이후 전반적인 기력 저하와 함께 떨림 증상이 현저하게 악화되어 일상생활 및 독립적인 식사가 어려워졌다. 이후 추가 처치 없이 경과 관찰하였으나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X년 9월 10일 한의치료 위해 중풍뇌질환센터에 입원하였다.
떨림 양상 관찰 결과, 양 상지를 앞으로 뻗은 상태에서 측정한 자세 유지 시 떨림이 6 Hz 빈도로 관찰되었고, 턱 떨림은 입을 2 cm가량 벌린 상태에서 측정한 자세 유지 시 떨림이 5 Hz 빈도로 확인되었다. 우측 상지는 안정 시 떨림이 관찰되지 않았으나 좌측 상지에서는 안정 시에도 경미한 떨림이 관찰되었다. 양측 모두 자세 유지 시에 떨림이 현저하였으며 식사나 글쓰기 등의 동작 시 더욱 심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턱 떨림은 입을 다물고 있는 안정 시 상태에서는 경미하였으나 입을 벌린 상태로 유지하거나 식사, 대화 등 활동 시에 뚜렷하게 관찰되었으며, 환자는 떨림으로 인해 입을 다물기 어렵고 식사 시 음식이 자주 새어 나온다고 호소하였다. 또한 설골상근군(suprahyoid muscles)의 떨림도 함께 발생하여, 삼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간헐적으로 사레가 들리는 등 연하곤란 증상이 함께 나타났다.
병력 청취 시, 척추 수술 후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기 전까지는 10년 이상의 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경과를 보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학적 검사 시 상하지 굴곡 및 신전 시 경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보행 시에도 보폭감소나 서동과 같은 파킨슨병의 특징적인 증상은 확인되지 않았다. FTN(Finger-to-Nose) 검사 상 목표 접근 시 악화되는 의도 떨림이 관찰되지 않았으며 복용 약물 중 약인성 떨림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은 없었다. 이에 국제 파킨슨병 및 운동장애학회(International Parkinson and Movement Disorder Society, IPMDS)의 합의 기준에 따라3, 본태 떨림으로 진단하였다.
동시에 환자 계통 문진 시 목소리가 작고 말하기를 힘들어 했으며(小氣懶言), 소량의 무른 변을 다 회 본다고 호소하였고, 눈꺼풀을 잘 뜨지 못하고 잠들려고 하는 등 기허(氣虛) 경향이 관찰되었다. 또한 식욕저하와 소화불량을 호소하였고, 상하지 근력이 저하되어 있었으며 설담홍(舌淡紅), 태박백(苔薄白), 맥세(脈細) 하였으므로 비기허(脾氣虛)로 변증 가능한 본태 떨림으로 진단하였다.
2. 치료계획 수립 및 방법
상기 진단결과에 기반하여 기력저하 개선을 통한 떨림증상 완화를 목적으로 익기건비(益氣健脾)하는 보익양위탕을 투여하였다. 피로 및 운동량 감소로 인한 근력 저하를 개선하기 위해 근감소증 예방9 및 항피로 효과13가 있는 녹용 엑스 과립을 병용하였으며 중추신경계의 흥분성 조절14을 위해 침 및 전침 치료를 시행하였다.
1) 한약 치료
X년 9월 10일부터 X년 10월 20일까지 보익양위탕을 투여하였다. 보익양위탕은 1일 3회 아침, 점심, 저녁 식후 2시간에 복용하였고 Table 1의 약재 구성과 용량을 1일 섭취량으로 하여 물 1.8 L와 1일분의 약재를 압력추출기(광동약탕기, 한국)로 2시간가량 전탕하여 추출하였으며, 1회 복용분량 당 80 cc로 나누어 투여하였다. 녹용 엑기스 과립(뉴질랜드산 녹용 12 g을 조제용수로 추출하여 부형제인 2% 덱스트린, 2% 락토스와 농축한 후 과립화한 엑스제, 제조)은 1일 2회 아침, 저녁 식후 2시간에 탕약과 함께 투여하였다.
2) 침 치료
일회용 호침(stainless steel 0.25⨯40 mm, 동방침구제작소, 한국)을 사용하여 X년 9월 10일부터 X년 10월 20일까지 일까지 백회(GV20), 사신총(EX-HN1), 양 합곡(LI4), 중저(TE3), 외관(TE5), 곡지(LI11), 수삼리(LI10), 족삼리(ST36), 양릉천(GB34), 현종(GB39), 태충(LR3), 협거(ST6), 하관(ST7)을 취혈하여 1일 1회 20분간 유침하였다.
3) 전침 치료
양측 합곡-외관, 곡지-수삼리, 하관-협거에 SSTN-111 침전기자극기((주)StraTek, 대한민국)를 사용하여 4 Hz의 주파수로 20분간 하루 1회 전침 치료를 시행하였다.
3. 평가 방법
1) Modified FTMTRS
본 증례에서는 환자의 상지 및 턱의 떨림 정도를 보다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 본태 떨림 척도인 판-톨로사-마린 떨림 척도(Fahn-Tolosa-Marin Tremor Rating Scale, FTMTRS)를 일부 변형하여 사용하였다. FTMTRS는 휴식 시, 자세 유지 시, 동작 시 각각의 떨림 정도에 0점(떨림 없음)에서 4점(극심한 떨림) 사이의 점수를 부여하며, 추가적으로 글씨 쓰기와 그림 그리기, 물건 잡기, 식사하기 등의 과제 수행 능력을 0점(정상 수행)에서 4점(불가능)으로 평가하는 척도이다. 임상 관찰 결과, 음성 및 머리, 몸통, 하지 떨림은 확인되지 않아 해당 항목은 제외하였다. 턱 떨림은 원본 FTMTRS의 ‘안면 떨림’ 항목에 해당하는 것으로 구분하되, 단일 항목으로 구성된 해당 문항을 안정시와 운동 시(식사 및 대화 등)의 떨림으로 세분화하여 평가하였다. 평가는 입원일과 치료 40일 후에 시행되었다.
2) Modified Barthel Index
수정 바델 척도(Modified Barthel Index, MBI)는 대상자의 일상생활동작(Activities of Daily Living, ADL) 수행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널리 사용되는 도구로, 총 10개 항목으로 구성되며 각 항목을 0점(완전 도움 필요)에서 10점(완전 독립)으로 평가한다. 본 증례에서는 상지 떨림 및 턱과 연관된 기능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하지 기능과 관련된 항목은 제외하고 5개 항목(개인위생, 목욕하기, 식사하기, 용변처리, 옷입기)만 선별하여 평가하였다. MBI는 FTMTRS와 함께 입원일과 치료 40일 차에 시행되었다.
3) 주관적 증상 강도 평가
떨림에 대한 주관적인 불편감을 비교하기 위해, 입원 시를 기준점(100%)으로 하여 환자가 자각하는 증상의 강도와 그로 인한 불편감을 숫자로 표현하도록 하였다. 증상의 일중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동일한 환경(병실)과 시간(기상 직후, 오전 7시)에 10일 간격으로 반복 문진을 시행하였다.
4. 치료 경과(치료 기간 : X년 9월 10일-X년 10월 20일, 총 40일간)
1) Modified FTMTRS
(1) 부위별 떨림 점수 및 총점(Fig. 1a-1b)

Changes in regional and total tremor scores before and after treatment.
The term “upper limb” was used for consistency in this study, modified from the original FTMTRS term “upper extremity”. REST : resting tremor, POST : postural tremor, ACT : action tremor.
턱 떨림(안면 떨림)은 안정 시 및 동작 시 모두 3점에서 1점으로 크게 감소하였으며 혀 떨림 역시 2점에서 1점으로 호전되었다(Fig. 1a). 자세 유지 시 양측 상지 떨림은 모두 3점으로 동일하였으나 동작 시 떨림은 3점에서 2점으로 감소하였고 안정시 상지 떨림은 1점에서 0점으로 소실되었다(Fig. 1a). 안면 및 혀, 양측 상지의 떨림 점수 총점은 치료 전 17점에서 치료 40일 차에 9점으로 약 47% 감소하였다(Fig. 1b).
큰 나선 및 작은 나선 그리기 항목은 우측 손에서만 3점에서 2점으로 개선되었고, 직선 그리기는 양손 모두 3점에서 1점으로 호전되었다(Fig. 2a-2c). 물 따르기 과제 또한 양손 모두 3점에서 1점으로 줄어 해당 동작의 안정성이 향상되었다. 음식 섭취 능력은 고형식 섭취가 4점에서 2점, 액체 섭취가 4점에서 3점으로 개선되어 일부 보조만으로도 독립적인 식사가 가능해졌다. 개인위생 항목 역시 4점에서 3점으로 호전되어 세수와 같은 간단한 위생 관리는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었으며, 글쓰기 항목도 4점에서 2점으로 호전되어 이름이나 주소 등 짧은 문장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작성 가능해졌다(Fig. 2d). 과제 수행 능력 점수의 총점은 치료 전 48점에서 치료 40일 차에 32점으로 약 33% 개선되었다(Fig. 2e).
(3) Modified Barthel Index related to upper limb function
상지 기능과 관련된 MBI 항목 중 개인위생은 1점에서 3점으로 2점 증가, 식사하기 항목은 3점에서 8점으로 6점 향상되어 가장 뚜렷한 변화를 보였다. 반면, 목욕하기, 용변 처리, 옷 입기 항목에서는 치료 전후 점수 변화가 없었다(Fig. 3a, 3b). 이에 따라 상지 기능과 관련된 항목의 MBI 총점은 치료 전 8점에서 치료 후 16점으로 증가하였다(Fig. 3c).
(4) 주관적 증상 강도 평가
환자가 자각하는 증상의 강도 및 그로 인한 불편감을 평가한 결과, 양 상지 떨림은 치료 20일 차까지 변화 없이 유지되다가, 치료 30일 차부터 90%로 감소한 이후 치료 종료 시점까지 같은 수준을 유지하였다. 반면, 턱 떨림은 치료 10일 차에 60%, 20일 차에 50%, 40일 차에 30%까지 점진적으로 호전되었다(Fig. 4). 두 증상 모두 주관적 불편감의 개선을 보였으나, 턱 떨림에서 더 뚜렷한 자각적 호전이 관찰되었다.
환자 문진 상 치료 약 20일경부터 턱 떨림과 함께 연하 불편감이 현저히 호전되었다고 표현하였으며, 식사에 걸리는 시간이 약 1시간에서 40분으로 단축되었다. 치료 30일경부터는 손 떨림 증상도 완화되어, 숟가락으로 뜰 수 있는 음식에 한하여 부분적인 독립 식사가 가능해졌다고 진술하였다.
III. 고 찰
본 증례의 환자는 10년 이상 지속된 양측 상지 및 턱 떨림이 있었으나 약물 복용 없이 생활하던 중, 요추 수술 후 양측 상지 및 턱의 떨림이 급격히 악화되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상태로 입원하였다. 떨림 증상에 동반된 식욕 저하, 졸음 경향, 사지 무력 등의 전신 상태에 기반하여 비기허로 진단하여 보익양위탕을 투여하였다. 피로 개선 및 근 감소 예방을 위해 녹용을 병용하였으며 침 치료를 포함한 40일간의 한의복합치료 후 떨림의 강도, 일상생활 기능, 주관적 불편감에 있어 모두 호전을 보였다.
수정된 FTMTRS 상 부위별 떨림 점수가 17점에서 9점으로 약 47% 감소하였고, 과제 수행 능력 점수가 48점에서 32점으로 약 33% 개선되었다. MBI 중 상지 기능 관련 항목의 총점은 8점에서 16점으로 개선되었고, 환자의 주관적 평가 상 양측 상지 떨림이 입원시 대비 90%, 턱 떨림이 입원시 대비 30%로 호전되었다. 다만 주관적 평가는 자세 유지 시, 활동 시와 같은 상황의 구분 없이 평가하였기 때문에 실제 기능적 개선에 비해 낮게 평가되었을 여지가 있다.
본태 떨림은 불안, 스트레스, 피로 등으로 악화된다고 알려져 있으나3, 요추 수술 후에 악화된 증례는 보고된 바 없으며, 척추 수술로 유발된 운동 이상증은 대부분 수술한 신경근 지배 영역에서 발생하였다4. 수술 부위와 무관하게 떨림이 유발된 증례 중, 척수소뇌실조증 6형 기저력이 있는 환자에게 췌십이지장 절제술 후 두부 떨림이 발생한 사례가 보고되었는데, 저자들은 데스플루란과 같은 휘발성 마취제의 신경독성과 수술로 인한 생리적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추정하였다15. 해당 증례의 환자는 수술 후 1개월 이상까지 증상이 지속되었으며 항파킨슨제,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에 반응이 없어 난치성 떨림으로 이행되었다15.
SCA 환자는 기저에 푸르키녜 세포 감소로 인한 소뇌 기능 저하16, 소뇌-시상-대뇌피질 경로의 조절 이상과 산화적 스트레스에 대한 취약성17을 가지고 있어 마취제로 인한 칼슘채널의 교란과 수술로 인한 신체적 스트레스에 의해 이러한 병리적 특징이 악화될 수 있다18. 본태 떨림 또한 기존 연구를 통해 소뇌 푸르키녜 세포의 구조적 이상과 수의 감소19, 소뇌-시상-대뇌피질 경로의 기능적 이상이 보고된 질환이다20. 본 증례의 환자에게 수술 중 투여된 마취제의 종류는 확인이 어려우나, 통상적으로 전신마취가 필요한 척추 유합술과 척추 성형술을 시행하였으므로로 SCA6 환자에서 보고된 떨림 발생과 유사한 병리로 떨림이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나, 수술과 떨림 악화 간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명확히 입증할 수는 없다.
또한 수술 후 환자가 호소한 기력 저하, 즉 피로는 본태 떨림의 주요 악화 요인 중 하나로, GABA 농도의 감소 및 NMDA 수용체 활동 증가로 인해 중추신경계의 과흥분을 유발하고, 전두엽–운동피질 간 억제 조절 기능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21,22, 말초성 피로는 근육 내 칼륨 농도 변화 및 젖산 축적 등 대사성 스트레스를 통해 떨림 진폭을 증가시킬 수 있다23.
한의학적으로 떨림은 진전(振顫)에 해당하는 증상으로, 환자의 특성과 증생 발생 병리에 따라 간신부족(肝腎不足), 기혈양허(氣血兩虛), 담열동풍(痰熱動風) 등으로 변증한다6. 본 증례의 환자는 80세 고령의 환자로, 수술 이후 기력 저하와 함께 떨림의 악화를 호소하였으며, 본과 내원 시 비기허 증상이 현저하였다. 이에 노권(勞倦)에 의한 비기허로 기혈(氣血)의 생화(生化)가 부족하여 기혈양허형 진전이 유발 및 악화된 것으로 진단하였으며, 기력 저하 개선 시 떨림 증상이 함께 호전될 것으로 판단하여 보익양위탕을 투여하였다.
보익양위탕은 보중익기탕과 향사양위탕의 합방으로, 동물 모델에서 운동 후 혈중 젖산 수치를 감소시키는 항피로 효과가 보고된 처방이다8. 구성 처방인 보중익기탕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혈청 코르티코스테론 농도 상승 억제 효과가 보고되어24, 피로 시 증가하는 코르티코스테론으로 인한 중추신경계의 과흥분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25. 향사양위탕은 동의보감 내상문에 “위한(胃寒)으로 음식 생각이 없고 심하비민감이 있으며 편치 않은 것을 치료한다”26고 되어있는 처방으로, 식욕부진 및 식후 팽만감 개선을 위해 합방하였다.
함께 투여한 녹용은 동물실험에서 저강도 운동 시 골격근 내 근육분화 관련 전사인자(Myogenic Differentiation 1, MyoD), 에너지 대사 관련 효소(Phosphoenolpyruvate Carboxykinase, PEPCK) 등의 발현 조절을 통한 근육 대사 및 피로 회복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27. 한의학적 변증과 이러한 작용을 토대로 보익양위탕과 녹용을 사용하여 신체적 피로와 이로 인한 중추신경계 과흥분을 개선하고, 떨림 증상을 호전시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본 증례에서 침 치료와 전침 치료는 중추신경계 흥분성 조절을 목적으로 사용되었다28. 본 증례에서 취혈한 태충, 족삼리, 현종, 합곡, 곡지, 외관, 백회, 사신총, 예풍 등의 혈자리는 본태 떨림을 포함한 이상운동 질환 치료에 자주 활용되는 혈위이며 하관, 협거혈은 턱 떨림에 빈용되는 국소 혈자리이다29. Ia 섬유와 같은 말초 감각신경에 4-100 Hz의 저빈도 전기 자극을 가할 경우 소뇌-시상-피질 회로를 안정화 시키고 흥분성을 억제하여 병리적 떨림을 완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14. 본 증례에서 사용된 침 치료와 4 Hz의 저빈도 전침은 이러한 감각신경 자극과 유사한 효과를 구현하여 중추신경 흥분성 억제를 통해 떨림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본 증례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기존에 보고된 적 없었던 요추 수술 후 악화된 본태 떨림을 보고한 증례이며, 적절한 치료법이 없는 수술 후 악화된 이상운동증에 대하여 한의학적 변증에 기반한 한약 및 침 치료를 병행을 통해 떨림 증상과 일상생활 기능을 호전시켰다. 또한, 떨림에 주로 사용되는 억간산30과 같은 평간(平肝) 약이 아닌 보기제를 사용하여 본태 떨림 증상의 호전을 보였으며, 약물 및 수술적 치료에 반응도가 낮다고 알려진 턱 떨림을 크게 개선시켰다는 데 의의가 있는 증례이다.
본 증례의 한계는 다음과 같다. 감별진단 측면에서 수술에 사용된 마취제 및 진통제 종류를 확인할 수 없어 해당 약물들의 영향력을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치료 과정에서 한의치료와 재활치료를 함께 진행하여 떨림 증상이 오로지 한의치료에 의해 호전되었다고 판단할 수 없으며, 장기 추적 관찰이 부족하여 치료 효과의 지속성에 대한 판단이 어렵다. 치료 경과 평가 측면에서 가속도계, 자이로스코프와 같은 측정 기기를 이용한 떨림의 측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객관적인 분석이 부족하고, mFTMTRS와 MBI 상 상지 떨림 호전으로 인한 기능 개선이 있었으나 문진 시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불편감을 문진하지 않아 기능 지표의 호전도와 주관적 호소 지표의 호전도에 차이가 있었다.
본 증례를 통해 수술 후 악화된 본태성 떨림에게 한의학적 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음을 확인하였으나, 단일 증례이므로 향후 더 많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와 가속도계, 자이로스코프 등의 객관적 지표를 활용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치료 효과의 지속성을 평가하기 위한 장기 추적 관찰이 요구된다.